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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친물 아내의 그림자, 그 위에 눕다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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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27,386회 작성일

아내의 그림자, 그 위에 눕다 - 단편

아내의 그림자, 그 위에 눕다 - 단편 한참을 가물더니 오늘 밤엔 세상을 끝장낼 것처럼 빗줄기가 거세다. 이런 밤이면 얼굴이 꽤나 반반했던 아내 생각이 난다. 남편과 딸을 버리고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잘 살고 있는 지. 제발 잘 살고 있기만 하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어느 못된 놈을 만나 시쳇말로 쓴물 단물 다 빨리고 거지행색으로 추한 화장을 한 채 어디서 늙은 몸이나 팔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다시 아내 생각에 마음이 미어져 온다. 에고, 제발 복이 많아 잘 살고 있기를. 옆에서 자고 있는 딸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 목숨 보다 귀한 딸. 아닌 게 아니라 내 목숨이 이 아이 하나 키우기 위해 여태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다. 이 아이가 없었으면 내가 무슨 수로 저 격랑의 세월을 버텨올 수 있었겠는가? 철없을 때 아내와 만나 순수하게 사랑이란 이름만으로 이 딸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뒤이어 마주한 생활을 지켜나가기엔 우린 두 사람 모두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미숙했고 많이 부족했다. 아내는 자꾸 밖으로 돌았고 아이를 낳고 갑자기 변해버린 자신의 청춘을 돌려받으려 했다. 나는 아내에게 참고 기다리면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늘 말했지만 사실 내 자신조차도 내 말을 확신하지 못했다. 밖으로 돌던 아내가 아예 집을 나가 버린 것은 딸아이가 4살 되던 해였다. 그 이후 우리 부녀는 참 어렵게 살았다. 어찌어찌하여 방하나 딸린 작은 문방구를 하나 얻어 이곳에 산지 벌써 15년이 훌쩍 넘었다. 당시 아이를 맡기고 밖에 나가 일을 할 수 없었던 나는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며 일 할 수 있는 점포생활을 선택했다. 그렇게 시작한 생활이 어느 듯 그리 긴 시간이 흘렀다. 지금은 겨우 서울 외곽에 작은 집을 하나 마련했지만 그 곳에서 죽으나 사나 이제 전적으로 우리 부녀의 생계수단이 되어버린 이곳까지 출퇴근 하는 것은 무리였다. 또 밥도 할 줄 모르는 아이만 떼어 놓을 수 없어 이래저래 이곳에서 변함없이 생활하고 있다. 작은 빌라의 방 두 칸짜리 집이였지만 새집이었고 한 번 살아보지도 못하고 궁색한 이 단칸방에서의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아이는 아직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철부지다. 아직도 마냥 어린아이 같다. 또 한 방에서 산 것이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라 이 아이와 떨어져 사는 것이 어떨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생활이 익숙해져서 그런지 아이도 그다지 불편을 호소하지 않는다. 이제 시집갈 때쯤엔 전세를 내준 우리 집으로 이사를 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사위를 맞을 수는 없으니까. 비가 그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비는 종종 아내 말고도 내게 옛날 생각을 나게 한다. 오늘 밤엔 더 그렇다. 방에 딸린 작은 부엌으로 나가 냉장고에서 소주 한 병을 꺼내들고 가게로 나왔다. 지금까지 참 잘 버텨왔다. 지금 생각하면 지난 세월의 고생이 까짓 거 아무것도 아닌 거 같은데 그 땐 왜 그렇게 힘이 들었는지. 딸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내가 없어지면 저 놈이 불쌍해서 어떡할꼬. 지난날은 이런 저런 쓸데없는 걱정을 안고 내 스스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자고 매일 맹세하던 나날이었다. 이제 내가 사는 것에 좀 요령 꽤나 늘고 배짱도 좀 생기고 그래서일까? 어린 아이를 가운데 놓게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바들바들 떨며 두려워하던 여린 한 사내가 떠오른다. 그 옆에 앉아있던 젊은 내 아내가 함께 떠올라 자꾸 마음이 아프다. 딸아이는 올해 벌써 21살이다. 재수만 하지 않았으면 2학년이다. 아이는 미대 신입생이다. 소주를 한 입 털어 넣으면서 난 의기양양해진다. ‘나도 고생할 만큼 하고 잔뼈가 굵었어. 까짓 인생 겁날 거 하나도 없어. 진짜 애비 노릇, 사람 구실 제대로 한 번하고 미련 없이 가는 게야.’ 젊은 아내는 자신의 삶이 이렇게 그냥 허무하게 망가져가고 있다는 느낌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살아보면 별게 뭐 있던가.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렇게 지독하게 아끼고 밥하고 애 씻기고. 이제 조금만 더 지나 저 놈 짝만 지어주고는 훌훌 어디로든 가리라. 그곳이 죽은 자들의 곳이든 산 자들의 곳이든 어디라도 좋다. 내 할 일 다 하고나면 어디든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훠이훠이 가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한참 하다가 요즘 들어 생긴 증상인데 나도 모르게 전에 없던 눈물이 난다. 예전엔 남자가 눈물을 보이면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 요사이엔 눈물이 흐르면 그냥 내버려 둔다. 가게 안에 담배냄새가 배이면 큰일이라 앞은 셔터가 내려있어서 부엌을 지나 뒷문으로 나가 처마 밑에서 담배하나를 빼 물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잠시 서있었는데 짧은 처마라 비가 튀어 바지 섶이 순간 다 젖어버렸다. ‘청승 그만 떨고 들어가 자야겠다.’ 대충 씻고 들어가 자리에 누웠다. 내가 움직이는 소리에 자다 깬 아이가 나를 안으며 다리를 감아왔다. "아 담배냄새... 아빠 또 술 먹었지?" 자 다 깬 탁한 음성으로 아이는 나를 나무랐다. "담배냄새 나는 데 왜 붙어? 저리 가 자" "담배냄새 나도 좋아. 울 아빤데 머" 아이는 평소 잘 때는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다. 갑갑하단다. 위엔 란제리나 티 한 장, 밑엔 팬티만 입고 잔다. 아니 잘 때뿐만이 아니고 늘 방에선 그 정도 차림이다. 아이의 탄력 있는 가슴과 티 없이 맑은 피부에 오늘따라 더 감탄한다. 참 젊음이란. 젊음이 길지 않다는 것이 인간의 비극이라면 비극이다. "야 이렇게 아빠 쭈글쭈글한 살에 자꾸 닿으면 너도 피부 쭈글쭈글한 거 옮아. 저리 가서 자" "피이! 안그래. 글구 아빠 꺼 다 나 줘서 아빠는 쭈글쭈글하고 난 탱탱한 거야" "알면 밖에 가 나쁜 짓 하지 말고 얌전하게 있다가 좋은 사람 만나서 시집 잘 가" "아빠는 아는 게 시집이야? 시집갈라문 아직 멀었어. 시집안가고 아빠랑 살면 되지" "아빠 죽으면?" "그럼 나도 콱 따라 죽지 머" "야 이게 다 키워놓으니까 죽는다네. 그러라고 내가 너 키운 겨?" "아니 말이 그렇다고. 어서 자 아빠" 아이가 음냐음냐 소리를 내면서 나를 베게처럼 껴안는다. 밤이 깊어간다. 나도 잠을 청했다. 밖엔 아직도 장대비 내리는 소리가 그치지 않고 들려왔다. 오늘은 아침부터 딸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내 하얀 브라우스 있잖아? 손목 검은 테 있는 거. 좀 짧은 거. 아빠 어딨지?" "거기 서랍장 맨 위 니 옷 칸에 있겠지" "없어. 없다구..." 나는 일찍 학교에 가는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계산해주느라 바쁜데 항상 이런 식이다. 미리 안 챙겨놓고 닥쳐서야 저런다. 이럴 땐 바쁜 아침시간이라 내가 아주 혼쭐이 난다. 옷을 홀딱 벗고 있으면서도 방문을 열고는 얼굴만 내밀고 나를 쳐다본다. 아이들에게 부랴부랴 계산을 해주고 틈을 내 안으로 들어가 서랍을 뒤진다. "여기 있잖아 잘 안 찾아보고 왜 그래, 맨날? 아빠 바쁜데..." “ 미안, 아빠 거기 있었네. 헤헤” 딸아이가 혀를 살짝 내밀며 웃는다. 난 딸의 애교에 화를 내지 못한다. 딸은 옷만 주섬주섬 입고 머리도 채 말리지 않은 채 집을 나섰다. 아침마다 전쟁을 치르지만 오늘은 차려놓은 아침도 먹지 않고 가버린다. 부산한 아침이 그렇게 지나가고 아이들이 뜸해지면 점심이 지날 때까지 가게는 한산하다. 나는 늦은 아침상 앞에 혼자 앉는다. 언제나 저 버릇이 고쳐질까? 조금만 덜 자고 조금만 서두르면 될 텐데. 항상 저 모양이다. 물론 내가 가르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집안일은 단 한 가지도 할 줄 모른다. 지 신발 지 옷도 못 챙기는 데 오죽하랴. 나한테는 물론 살갑게 굴어 애교스런 모습에 그냥 지나가기 일쑤지만 나중에 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려면 남편이랑 좋아서 물고 빤다고만 되는 것이 아닌데. 지금부터 살림살이를 좀 알도록 해야 하는데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노라면 수고로움이 따른다는 것을 도무지 모른다. 거듭 말하지만 내 탓이 크다. 워낙 날아갈까 꺼질까 오냐오냐만 해온 탓이다. 인성이 바르니 때가 되면 제 자리를 찾겠지. 하지만 자신이 감당 못할 힘겨운 시간이 오면 지금처럼 내가 일일이 따라 다닐 수도 없고 못하겠다고 나자빠져 제 엄마 꼴이나 안날 지 그게 제일 걱정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끔찍하다. 엄마 꼴이라니. 내가 그 꼴을 보고 안 살지. 암. 누구 딸인데. 난 아내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는 듯 해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어제 온 비로 동네 공기가 유난히 깨끗하다. 아침에 비가 개여 다행이다. 비가 오면 가게 안은 더 북새통이 된다. 오늘은 밀린 집안일이 많아 서둘러야 한다. 잠시 한가한 시간을 이용해 먹을 걸 좀 사다 놓아야 한다. 시장 다녀온 지 좀 지났다고 냉장고 안이 텅 비었다. 또 하루가 이렇게 힘겹게 지나간다. 가게는 벌써 닫았는데 밤이 이슥하도록 딸은 전화도 없고 귀가도 하지 않는다. 겨울이 가까워 밤이 되면 쌀쌀해지는데 옷도 가볍게 입고 나가 걱정이다. 전화를 해본다. 물론 받지 않는다. 아주 못된 버릇이다. 보던 TV를 꺼고 핸드폰을 들고 뒷문으로 나가 골목어귀에서 서성인다. 딸을 기다리는 이 시간이 오늘은 좀 힘들다. 어쩌다 이런 일이 있어도 얼굴 한번 찌푸린 적 없지만 오늘은 단단히 야단을 좀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와 정해놓은 귀가시간은 10시이고 불가피하게 늦으면 전화를 하고 11시까지는 들어와야 했다. 지금 벌써 11시 반이다. 전화도 받지 않는다. 버스 정류장까지 가자니 오며 가며 서로 길이 엇갈릴까 그마저도 못하고 집 앞 골목만 서성이자니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꽤 쌀쌀해진 날씨 탓에 총총걸음으로 늦은 귀가를 서두르는 사람들과 의례 비틀대며 제 집을 찾아가는 취객들이 한 둘 지나간다. 어제 온 비 때문인지 더 쌀쌀하다. ‘내가 이러다 제 명에 못 죽는다. 전화는 놔두었다가 대체 뭘 하려는 걸까? 손이 부러진 거야? 왜 전화를 안 하냐고, 빌어먹을 놈의 가시내 ’ 진정하자고 집에 다시 들어왔으나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는다. 잘 크는 애들이 다 그렇지 뭐 하고선 TV를 켜고 그만 애를 끓이자고 맘먹는다. 아빠가 여유를 가져야지 하고 불안한 맘을 좀 누그러뜨리자 설핏 잠이 들었다. TV에서 뭐라고 왕왕대는 통에 꿈자리가 영 복잡하다.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소리에 놀라 깼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저 보라 선배 영민이라고 하는 데요..." "어 그래..." "보라가 좀 취해서 택시타고 같이 와서 내렸는데요.. 제가 보라 집을 몰라서요." 나는 서둘러 거기 있으라 하고 택시를 내렸다는 곳으로 갔다. 초등학교가 있기는 하지만 재개발 얘기가 툭하면 불거질 정도로 오래된 골목골목이 복잡해서 찾아오기 힘든 동네다. 그래도 요즘은 집주소만 찍으면 택시들이 네비가 있어서 잘 찾아다닌다던데 얘는 제 집주소도 모른단 말인가? 집에서 얼마 안 떨어진 차들이 꽤 다니지만 넓지는 않은 2차선 대로변에 있는 어느 건물 입구에 선배라는 아이가 보라를 부축하고 앉아 있었다. 희멀건하게 잘 생긴 청년이 내가 다가가자 보라를 벽에 기대놓고 스프링처럼 일어나 구십도 인사를 한다. "아버님 죄송합니다. 오늘 보라가 좀 많이 취해서요." 나는 자초지종을 모른 채 애꿎은 사람한테 화풀이를 할 수는 없어 고맙다는 인사부터 했다 한사코 마다하는 청년에게 돈 몇 푼을 쥐어 줘 보내고 보라를 들쳐 업었다. 얼마나 무거운지 집에 까지 오는 동안 두어 번 쉬어야했다. 집에 와서 시체처럼 쓰러져 몇 마디 주절대는 것을 벗기고 닦이고... 화가 나지만 인사불성이라 내일 해가 밝으면 단단히 혼을 내리라고 마음을 먹는다. 아이가 술 때문에 몸을 상하지 않을까 싶어 마시진 못해도 냉장고에 든 인삼 달인 물로 입을 헹구게 시켰다. 입에 물이 들어가자 삼키지 못하고 질질 흘린다. 대충 하고 아이를 자리에 뉘였다. "아빠 나 토 토 " 잠이 든 다 싶더니 토하겠다고 상체를 일으키려고 한다. 아이를 일으켜 바가지를 입에 대어 준다. 이건 아주 오래전에 경험한 어떤 모습이다. 아내의 모습. 딸의 모습에서 아내가 스쳐 지나간다. 좀 토하더니 자리에 힘없이 쓰러진다. 나는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아이는 여러 번 토기를 느끼고 일어났다.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고 다시 잠이 들곤 했다. 아침이 밝아 늘 똑 같은 부산한 아침을 보낸 뒤 잡동사니 먹을 것이 가득 찬 냉장고를 뒤져 북어국을 끓여놓고 아이가 깨기만을 기다렸다. 새벽까지 토한다고 난리를 치더니 이제 좀 깊이 자는 모양이다. 오후 바쁜 시간이 지나도록 아이는 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저녁이 다 되고 한산한 가게엔 적막감이 감돌았다. 북어국을 다시 좀 뎁혀 놓으려 부엌으로 가는데 보라가 깨어 나를 부른다. "아빠 아빠아... 무우울..." 나는 급히 물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너 왜 전화도 안 받고 그래? 아빠 걱정하는 거 몰라?" 내 말은 귀담아 듣지도 않는다. 난 화가 풀려 있었다. 내 스스로도 참 이상한 일이다. 보라를 마주하면 어제 그리 단단히 야단치겠다고 벼렸건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가 풀린다. ‘무사히 왔으면 된거지.’ 다시 오냐오냐가 시작된다. "어제 나 술 많이 취해가지고 몰랐어... 아빠 나 배 아파... 배 고픈 건가?' 보라는 꼬박 열 몇 시간을 자고 일어나 부시시한 얼굴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표정이다. ‘이쁜 내 새끼. 내가 좀 엄해야 하는데. 이러면 애를 망치는데.’ 챙겨준 밥상을 들고 앉아 밥도 반찬들도 내버려둔 채 국물만 마시고 국그릇의 건더기는 고스란히 남긴다. "너 앞으로 자꾸 이럴래? 이걸 묶어 놓고 못나가게 하던지 해야지" "안 그럴게... 근데 아빠 오늘 영화 보러 가자" "그렇게 술 처먹고 살 만 하니까 뭔 헛소리야?" "아니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서 그래. 가자아... 아빠아 응?" 나는 보라를 못 이기고 가게 문을 닫고 함께 영화관에 가서 앉았다. 영화는 뻔한 얘기다. 주인공인 남자가 불치병에 걸려서 이별 앞에 선 두 남녀가 그 슬픔을 소화해가는 내용의 영화였다. 나한테는 슬픔이 다가오지 않는다. 세파에 시달려 내가 냉정해진 걸까? 보라는 일찌감치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영화 내내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눈치를 보느라 무척 곤란해 하는 데도 내 겉옷 사파리 잠바를 넓게 펴 우리 둘의 다리를 덮고는 내 바지 쟈크를 열어 속으로 손을 넣어 내 발딱 선 자지를 훑어대고 있다. 영화를 보고 있다. 내가 빼면 또 넣고 빼면 또 넣고 딸아이가 오늘따라 워낙 완강해 그냥 내버려 둔다. 눈물을 닦아주려 하면 도리질을 친다. 자지에선 쿠퍼액이 스멀스멀 새어나온다. 아이는 내가 사정할 만큼 만지지는 않는다. 부드럽게 감싸 쥐고 있다. 그러다 또 만지작거리고. 다른 사람들 눈치가 보여 거기에 신경 쓰느라 영화고 뭐고 도무지 바늘방석이다. 보라는 내 자지 만지는 것을 무슨 애기들 엄마 젖 만지듯 한다. 이것은 오래된 나쁜 습관이다. 어릴 때부터 해오던 습관이라 그냥 그렇게 지내왔지만 혹시라도 누가 알면 우리 부녀를 사람 취급도 안할 일이다. 보라는 내 자지가 뻐근해 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살살 쥐었다 쓰다듬고 쥐었다 훑어 대면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거기다 내내 울기까지 하면서 내 자지를 놓지 않았다. 영화가 끝나고 우리 부녀는 해장국집에서 해장국을 시켜 먹었다. 내가 봐서는 음식 같지도 않은 해장국을 한 그릇 뚝딱 해치운 보라가 거리로 나와 술병이 말끔히 다 나았는지 쌩쌩해져 늦은 밤거리를 활기차게 걷고 있다. 내 새끼 보라. "아빠... 우리 집에 까지 걸어가자.." "야 ! 어느 정도래야 걸어가지... 어떻게 걸어가? 인제 대충 택시타고 집에 가자..." "걸어가자아... 좀 걷다가 힘들면 택시타고 응?" 밤거리는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간이었지만 주말이라선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우리는 손을 꼭 잡고 한참을 걸었다. "아빠... 아빠는 내가 죽으면 어떡할거야?" 보라는 아직 그 영화 속에 있나 보다. "그런 얘기 하는 거 아니야. 말이 씨가 된다고 그런 말 하면 안 되는 거야. 옛날 사람들이 그러잖아.. 그러니까 그런 말 철없이 하면 못써" "그러니까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혹시 내가 죽으면..." "아빠는 못살지. 울애기 죽으면 아빠가 어떻게 사니? 그러니까 어제처럼 전화 안 되고 그러면 아빠 애타서 빨리 죽을 거야. " "아빠 애 타라고 그랬지..크크.. 그래야 내가 귀한 줄 알 거 아냐.." "야 ! 이게 무슨... 내가 말을 말자. 인제 택시 타 어서 집에 가 " 우리는 집에 와 자리에 같이 누웠다. 피곤한 했던지 나는 잠이 쏟아졌다. 하루 종일 잤으니 잠이 올 리 없는 보라가 내 얼굴을 양손으로 잡아가며 자지 말라고 무슨 무슨 얘기를 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깊이 잠에 빠져들었다. 얼추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내가 잠에서 깨었을 때 그 때까지 자지 않은 건지 자다 일어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보라가 내 발딱 선 자지를 입에 물고 있었다. " 아빠 미안.. 내가 아빠 깨웠어... 아깐 아빠가 너무 곤히 자서 못 깨우겠었어.." " 응 알았어...보라야 인제 자 " 말은 태연히 했어도 보라가 내 자지를 입에 문 것은 전에 하지 않던 행동이라 내심 놀라고 있었다. " 아빠 나 아빠랑 오늘 한번 하면 안돼? " " 그게 무슨 소리야? 아빠가 맨날 가르쳐 줬잖아. 요새 사람들이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여자는 자기 신랑 만날 때까지는 순결을 지키는 거야, 그러고 아빠랑 왜 해 " 보라가 한참 더 어릴 때 이런 저런 성교육을 많이 시켰고 자연스럽게 별 문제없이 보라는 균형 잡힌 섹스관을 가졌다고 생각해왔다. 다만 남들이 생각하면 좀 이상하다고 느낄지 모를 일들이 있다. 내 앞에서 발가벗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또 섹스에 관해 궁금한 것은 미주알고주알 아빠한테 다 이야기 하는 것이 좀 남들과 다를 뿐이다. 자지를 보여주며 남자들의 자위라는 것까지 내외하지 않고 가르쳤으니 섹스를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것뿐이다. 물론 그럴 때 내가 성적으로 흥분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보라한테 성욕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남들한테는 정말 이상하겠지만 우리 부녀에게는 그다지 불편하거나 어색하지 않다. 우리 부녀한테는 서로 페팅정도 하는 것이나 목욕을 같이 하는 따위의 행동들은 어느 정도 자연스럽다. 언젠가 부터 생긴 보라의 버릇은 아이가 엄마 젖을 찾듯이 내 자지를 만지는 것이다. 나도 남자들의 성욕과 섹스에 대한 기본적인 습성을 숨김없이 내 자신을 포함해 모두 솔직하게 얘기하고 가르쳐왔다. 숨김없이 서로의 속을 맑은 호수처럼 들여다보는 것일 뿐 서로를 성적으로 탐한다던가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보라가 오늘은 좀 이상하다. 보라는 아직 한 번도 섹스를 한 적이 없다. 그것은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었지만. "아빠 한번만 하자...아빠는 안하고 싶어? 남자들은 이거 하는 거 밖에 모른다고 아빠가 그랬잖아 ? 겉으론 안 그런 척 해도 그렇다며..." "누가 그래? 세상에 자기 딸이랑 섹스하는 사람이 어딨어? 딸은 사위꺼지..." 나도 안다. 보라의 보지가 얼마나 이쁜지. 그리고 보라의 보지에 넣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 사실조차 보라에게 숨기지 않았었다. 하지만 난 보라에게 아빠로 남고 싶다. 남녀관계보다는 보라를 몸을 탐하는 되먹지 못한 남자보다는 보라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아빠로 살고 싶다는 것이 흔들리지 않는 내 고집이고 또한 솔직한 내 마음이다. "영민이 오빠가 그러더라고. 아빠랑 좀 이상하지 않냐고, 둘이만 살면..." "어제 걔?" "응" " 근데 너 걔랑 뭐 좀 있어? " " 아니 없어 그냥 오빠야 " " 걔 아버진 뭐 하는 사람이야? " " 건축한대 " " 건축도 노동하는 사람이 있고 건설회사 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건축한다고 하면 아냐?" " 자세한 건 나도 몰라. 그냥 건축한대..못 사는 거 같지는 않아" " 너 그 사람이랑 좀 썸씽있을 거 같아?" " 약간...아직은 몰라" 나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 너 똑바로 말해. 오늘 이러는 것도 너무 수상해. 아빠한테 너 숨기는 거 있지?" " 아니 없어 " " 보라야, 아빠는 울애기 시집가기 전까진 아빠한테 비밀있음 아빠 못살아. 나 똑바로 봐" 원래 거짓말을 못하는 보라의 얼굴 근육이 돌처럼 굳어졌다. "너 사실대로 말해봐 그 사람이랑 잤어?" "....." "말해봐 괜찮아. 아빠는 너랑 비밀 있는 것이 싫어서 그렇지...잤어도 괜찮아 제대로 마음 주고 사귀면 나중에 결혼할 거고 요새야 자기도 하는 거지. " "....." "괜찮아 언제부터야?" "입학하고서 얼마 있다가" "어떻게 그렇게 빨리 그럴 수가 있어?" "아니 처음엔 그냥 난 싫은데 어떻게 그 오빠가 막 해서 그렇게 됐는데 ..." "그럼 그 놈이 강간했다는 거야?" "아니야 아빠 아니야 . 그게 아니고 나도 좋았어" 난 한참 말이 잇지 못했다. 보라도 내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눈만 똥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보라야 아빠얘기는 사람이 그냥 섹스만 하면 괜찮아. 근데 정이 들었는데 만나면 안 되는 사정이 생겨서 자기 갈 길을 가야하는데 못가고 정 때문에 서로 인생을 망칠까봐 그러는 거야" "알아 아빠. 아빠가 뭘 걱정하는지. 근데 우리는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렇게 귀가시간을 챙기고 눈치를 살폈는데 어떻게 감쪽같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둘이 제대로 된 가정을 꾸릴 사정이면 내가 걱정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이 아이는 내가 이렇게 저렇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해 두었건만 수박 겉핥기였다. 아무것도 모른다. "군대 갔다 왔어?" "응 아니 인제 갈라고" "몇 학년인데?" "4학년. 그 오빠도 재수해서 나랑 4살차이" "그럼 군대 갔다 와야 하고 취직해야하고 너 기다릴 수 있어?" "응" "무슨 관데?" "나랑 같이 디자인과" "그 아빠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른다고 했지?" "그냥 건축하고 돈 잘 버나봐. 오빠 차도 있어" 나는 이것이 악몽이 되지 않도록 속으로 신에게 기도했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결혼이 얼마나 비극적일 수 있는지 보라는 알지 못한다. 나같이 어린 아이들과 싸우면서 혼자 문방구를 지키고 말을 못 알아듣는 어린 딸과 살면서 혼자 밥을 차리고 혼자 빨래를 하고 혼자 딸을 먹이고 입히면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밤마다 잠든 딸의 얼굴을 보면서 나처럼 살아야 하는 운명이 보라에겐 오지 않도록 얼마나 오래 염원해 왔던가? "그럼 오늘은 우리 애기 피곤하니까 어여 자. 그리고 내일 또 우리 얘기 많이 하자" "아빠 그 사람 괜찮은 거 같애' 나는 갑자기 화가 확 치밀었다. "아빠가 연애하지 말고 중매 결혼해야 한다고 했잖아. 걔 집이 잘 살아도 맘이 변하면? 군대도 갔다 와야하고...서로 보고 싶은데 보지 못하고 왜 그런 어려운 사랑을 하려고 해? 그리고 그러면 둘이서 그 사랑을 잘 가꿔 가야하는데 그러다 보면 싸우고 상처입고...니 맘대로 안돼서 너 울고불고 하면 그 땐 어떡할 건데?" 나는 혀가 엉켰다. 내가 좀처럼 화를 내는 일이 없어서 나의 작은 흥분에도 보라가 갑자기 내가 무서워 졌는지 아무 말 없이 나를 꼭 끌어안는다. 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알았어 오늘은 자자 애기야" 일단의 소동이 마무리되고 자리에 누워서도 보라는 계속 나에게 매달렸다. 아까처럼 한번 하자니 이런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나의 입을 계속 덮어왔다. 오랜만에 하는 키스였다. 전에 키스는 성적인 흥분으로 이어지는 것이어서 아빠랑은 하면 안 된다고 누차 강조했던 터였다. 아마 나의 분노에 보라가 좀 당황했나 보다. 나는 또 마음 한구석이 아파왔다. 아내의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인제 자 걱정하지 말고. 아빠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아빠는 돈도 있고 건강하고...우리 딸 불행하게 안해 아빠가. 걱정 말고 어서 자" "아빠아... 그 사람 괜찮은 거 같애. 그 사람 아니면 나 사랑 한 번도 못해볼 거 같아" 아이는 이미 사랑을 시작한 거다. 나의 이십 몇 해 전과 똑같이. 더 대꾸를 하다가는 싸움밖에 되지 않을 게 뻔했다. 남자에게 마음을 쉬이 주지 말라고 그렇게 가르쳐 왔건만 대학에 보내자마자 이런 일이. 남녀 간의 사랑을 무슨 수로 막겠는가? 보라가 무사히 좋은 가정을 꾸릴 수 있을 지는 내가 하기 나름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해 왔는데 내가 잘 하면 될 일이다. 나는 보라를 힘주어 안았다. "보라야 아빠랑 인제 비밀 있으면 안 돼. 아빠가 너 머 못하게 하려고 하는 거 절대 아니야. 아빠 안 믿으면 누굴 믿어? 너 재밌게 정말 행복하게 살게 하려고 이러는 거야. 지금은 니가 노는 거.. 그 사람이랑 끌어안고 그러는 것만 좋은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아빠 아니야. 내가 놀자고 해도 집에 빨리 가자고 해 그 사람이" 말해 무엇 하랴. 아직 보라가 삶이 얼마나 고단한 일로 가득 차 있는지 알 길이 없을 것이다. 내가 보라의 머리를 한쪽 팔로 감싸 안자 보라의 한 손이 내 팬티 속으로 들어와 자지를 찾는다. "아빠랑 나랑 이런 거...아무도 모르고 나는 하나도 안 이상하거든? 근데 아빠랑 안고 자기도 한다고 하니까 너무 사이가 좋은 거 아니냐고 좀 싫어하고 자꾸 물어.. 질투하나봐" "아빠랑 남자는 다른 거야 보라야" "응 알아. 근데 아빠 오해 하지마...난 진짜 순수한 마음으로 아빠랑 하고 싶어" 아이의 표현이 부적절하다. 순수하지 않은 마음으로 아빠와 한다는 것은 그럼 무슨 뜻일까? 나와 성관계를 한다는 것에 대해 남에게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일까? 자신은 비난받지 않을 마음가짐이라는 것일까? 그래서 순수하다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궁하면 항상 부적절한 표현으로 자기 마음을 표현하려 애쓰는 아이다. 도발적인 것이 아내를 쏙 빼어 닮았다. 내가 허락이라도 한 듯 다시 키스를 해온다. 심지어 내 손을 가져다 가슴에 대준다. 봉긋한 21살 딸아이의 가슴이 너무 이뻐서 만지기도 겁난다. 이리 고운 생명체는 지구에 없다. 사랑하는 내 딸아. “ 아빠 나 여자라고 생각하면 안돼? 오늘만. 응?” 아무리 막역하게 서로 숨기지 않고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는 사이여도 내가 뭔가 단단히 아이에게 잘못 가르쳤나 보다. 여자로 생각하라고? 그게 가능한 이야기인가? 그녀는 내 딸이다. 내가 숨 쉬고 있는 유일한 이유이다. “ 아빠 그냥 한번만 응? ” “ ...... ” “ 아빠가 그랬잖아...정말 사랑하고 좋아해서 하면 누구라도 괜찮은 거라고” “ 아니 그건...” 딸아이가 다시 말하려는 내 입을 입으로 막았다. 그리고 딸아이가 언제 팬티를 벗었는지 축축한 음부를 내 허벅지에 비벼왔다. 순간이었다. 내 머리가 하얗게 비었다. 난 고운 처녀아이의 숨결이 내 목과 귀에 닿는 순간 아마도 의식을 잃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꿈을 꾸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딸아이의 귀에 속삭였다. “ 사랑해, 애기야” 난 이미 흥건해져 있는 보라의 보지에 내 자지를 찔러 넣었다. 나 모르게 사내와 살을 섞었다는 것에 대한 분노, 아니 질투 때문이었을까? 난 거칠었다. 보라의 눈에 눈물이 흐르는 것을 알았지만 난 닦을 생각도 못했다. 내 눈에서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 보라야...” “ 아빠, 아빠... 좋아 아빠...아앙 하..으앙” 보라의 신음소리는 흡사 고양이 같았다. 한참을 박다가 보라의 배에 내 좆물을 쏟았다. 보라가 내 목을 더 강하게 끌어안고 다시는 떨어지지 않을 사람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나는 보라 몸의 고운 피부 여러 곳이 내 살에 닿아 있었다. 행복감이란 것을 정말 오랜만에 느꼈다. “ 아빠, 왜 안에다 안 쌌어? 힝” “ ...... ” “ 그래도 아빠, 나 행복해... 아빠가 내 아빠라서 ”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잠시 시간이 지나고 보라가 포옹을 풀었다. “ 보라야, 아빤 ...” 보라가 일어나 보지를 내 얼굴위에 대고 앉으며 다시 내 입을 막았다. “ 빨아줘 아빠 ” 나는 천천히 보라의 보지를 핥아주었다. 보라의 미끌거리는 애액이 내 입 언저리에 번졌다. 보라에게서 ‘넌 내꺼지’ 라는 보통의 연인들이 하는 말을 들을 만큼, 아니 그것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이날 밤 우리는 상상도 못할 만큼 흥분해 다시 섹스를 치루었다. 새벽이 오려나 보다. 밖이 뿌옇게 밝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