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누나여서 미안해.. - 5부
“…….”
“…….”
샤워를 하고 난 후 입맛이 없다고 하는 누나에게 억지로 북어국과 밥을 먹이고 외출 준비를 했다. 운전은 내가 하기로 했다. 누나는 일이 바빠서, 나는 취직 준비 때문에 함께 외식이 아닌 외출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갈 곳을 정하지 않은 채 무작정 나왔는데 누나 집에서 전화가 왔다. 통화를 하는 누나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나는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얘긴데 그래?”
“너는 몰라도 돼.”
긴 침묵이 이어졌다. 누나가 다시 말을 꺼낸 건 코엑스 앞을 지날 때였다.
“저기 한 번 가볼까?”
많은 사람들이 밝은 표정으로 오가는 그곳에서 누나의 표정도 밝아졌다. 누나는 한 의류매장의 쇼윈도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누나가 보고 있는 것은 몸에 붙는 자켓과 상당히 짧은 초미니스커트로 코디된 옷이었다.
“맘에 들면 하나 사.”
“내가?… 저런 거 입으면 사람들이 욕하지 않을까?”
“괜찮을 거 같은데…”
누나는 키가 크진 않았지만 군살 없이 쭉 빠진 몸매였다. 남자라면 당연히 저런 옷을 입혀보고 싶겠지. 나는 망설이는 누나의 손목을 붙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점원이 나와 손목을 붙들린 누나를 번갈아보더니 표정이 밝아졌다.
“애인이 정말 미인이시네요, 몸매도 좋으시구.”
마주보는 누나의 양 볼이 발그레했다.
“왜? 부끄러워?”
누나는 대답없이 웃을 뿐이었다. 점원에게 아까 그 옷을 입혀보고 싶다고 얘기했다. 점원은 연신 싱글거리며 옷을 준비했다. 누나는 옷을 품에 안고 망설였다.
“너무 야하지 않을까?”
나는 조급하게 누나의 등을 떠밀어 탈의실로 보냈다.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몇 번 들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혜지누나의 옷 벗는 소리, 꼭 끼는 청바지를 어렵게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모르게 탈의실에 한 발짝 다가섰다. 단추소리가 이어지고 옷자락이 벗겨져 내려가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내가 왜 이럴까.
알만하다는 듯 웃고 있는 점원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괜히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문이 열리고 누나가 나왔다. 점원이 환하게 웃으며 기뻐했다.
“그 옷 제대로 소화하는 손님은 거의 없는데… 남자분 입이 아주 귀에 걸리셨네요 .”
확실히 이 주변을 지나는 여성 중 누구도 지금 눈앞에 있는 여자만큼 눈에 띄는 사람은 없었다. 허리길이의 자켓과 안에 받쳐입은 원색의 티셔츠, 치마인지 천 조각인지 알 수 없는 조그만 스커트 밑으로 붉은색의 얇은 타이즈를 입은 누나는 빨개진 얼굴로 몸을 움츠렸다.
“야… 이거 생각보다 너무 짧아…. 좀 이상한 거 같애.”
그러자 점원이 누나에게 빨간 캡을 씌워주면서 말했다.
“어깨를 탁 펴고 당당하게 걸어가세요. 움츠리면 오히려 불안해보인답니다.”
가게를 나오자 확실히 주변의 시선이 많아졌다. 누나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사람들이 자꾸 쳐다본다, 이상한가 봐.”
“그게 아니고 누나가 너무 튀어서 쳐다보는 거 같아.”
예쁘다고 말하기는 좀 뭐해서 대충 얼버무렸다. 남자들은 가끔 의식적으로 누나의 어깨를 부딪히기도 했다. 나는 누나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누나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냥 걸어. 이게 더 자연스러울꺼야.”
누나의 몸이 내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우리는 음반매장에 들러 새로운 시디를 사고 소품점에서 유행하는 캐릭터 인형을 하나 샀다. 누나는 내가 선물한 귀여운 인형을 가슴에 안고 사람들로 북적대는 거리를 활보했다. 그리고 가끔씩 먼저 팔짱을 끼기도 했다. 인파가 밀집된 공간을 걸을 때마다 누나의 부드러운 가슴이 팔에 닿았다.
내가 반사적으로 누나를 돌아보면 누나는 아무 생각 없는 것처럼 들뜬 얼굴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할 뿐이었다. 우리는 극장 앞에서 새로 나온 영화를 고르다가 19세 이상가로 표시된 영화를 발견했다. 누나가 먼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