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누나여서 미안해.. - 6부
“보고싶던 영화야, 근데 너랑 괜찮을지 모르겠네.”
막상 포스터를 보니 나도 자신이 없었다. 이런 식으로 애인 흉내를 내다가는 어색한 관계가 되어 버릴지도 몰랐다.
“글쎄…”
누나는 한번 웃어 보이고 다른 영화를 골랐다.
“액션영화다, 이거 보자.”
“…….”
우리는 커플석에 앉았다. 관객이 거의 없었지만 영화는 그럭저럭 재미 있었다. 그래도 가끔 지루해질 때면 눈을 돌려 누나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기도 하고. 누나가 눈치를 채고 나를 보면 나는 또 눈을 떼지 못하고. 처음엔 뭐해? 하는 얼굴로 쳐다보다가 내 눈길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누나의 얼굴에 모호한 감정이 흐르기도 하고.
그러고 나면 누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꼼짝도 하지 않고 스크린을 응시했다. 나는 극장이라는 어두운 공간에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사촌(?)누나를 여자로 느낀다는 사실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나 자신을 의심하기도 했다. 단순히 여자에 굶주린 탓은 아닌지. 지리멸렬한 취업준비에 희망을 잃고 일탈을 꿈꾸는 것은 아닌지.
내 옆에 앉아서 팝콘을 오물거리고 눈을 빛내며 스크린을 바라보는 누나에게 최대한 진실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누나가 원하는 만큼만, 딱 그만큼씩만 앞으로 나아갈 생각이었다. 중반 이후부터 나는 영화를 보지 않았다.
똑같은 간격으로 계속해서 팝콘을 집어먹던 누나의 손에서 몇 개가 떨어져 내렸다. 몇 개는 의자로 떨어지고 몇 개는 허벅지로 떨어져 안쪽으로 굴러갔다. 누나는 멍한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 허벅지 위에 손 하나가 올라갔다.
나는 누나가 놀라는 동안 어둠 속을 더듬어 팝콘을 집어 들었다. 긴장한 두 다리가 다소곳하게 모아졌다. 누나는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동자로 나에게 무언가를 묻고 있었다. 나는 보일 듯 말듯 고개를 끄덕거리고 누나의 손을 잡았다. 열 오른 손가락들이 내 손가락과 엉켰다. 부드럽고 따뜻한 손가락을 따라서 누나의 심장 박동이 전해졌다.
누나의 숨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손에 힘을 주어 꼭 잡았다. 누나의 머리가 내 어깨로 기울었다. 나는 팔을 뒤로 돌려 누나의 어깨를 안았고 누나의 머리와 얼굴은 내 가슴에 닿았다. 혜지누나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한쪽 팔을 내 허리에 감았다.
나는 향기로운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우리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영화는 시끄러운 클라이막스로 나아가고 있었다. 손을 들어 누나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촉촉한 입술이 뜨거운 숨결을 토해냈다. 누나의 입술에 떨리는 손가락을 가져갔다.
누나의 입술이 달싹거렸다.
“…….”
“누나…”
“…키스 해…….”
심장박동이 임계점을 넘어가기 시작했고 내 이성은 마비상태가 되었다.
“지금….”
살짝 벌어진 입술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말발굽 같은 심장소리에 귀가 먹먹했다. 나는 누나의 얼굴을 들어올리고 그 입술을 훔쳤다. 뜨거운 타액이 뒤섞였다.
누나의 부드러운 혀를 깊이 빨아들여 길들이기 시작했다. 달콤한 향기가 몸 속으로 스며들었다. 내 옷깃을 붙잡은 누나의 손가락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누나의 어깨를 잡은 내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스피커에서 대규모 폭발음이 울려퍼지는 동시에 머릿속이 하얗게 타올랐다. 들릴 듯 말 듯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누나의 손이 내 가슴언저리를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