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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친물 처제와의 약속 (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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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제와의 약속 (4부)

처제와의 약속 (4부) “손들어.” “네?” 나는 미희를 깔고 앉았던 몸을 일으켰다. 뜬금없는 그 명령에 미희가 의아해했다. 강한 충동이 나를 사로잡았다. 지금까지 실컷 바보처럼 제자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 왔다면, 이제부터는 선생으로서의 권위를 되찾을 때였다. “무릎 꿇고 손들어. 거짓말 했으니 벌을 받아야지.” “정말요?” “어서!” 내가 어떤 충동을 느끼고 있는지 미희도 이해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 증거로 미희는 야릇한 웃음을 얼굴에 띠웠다. “호호. 알았어요!” 미희는 천천히 일어나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는 두 손을 머리 위로 머뭇머뭇 올렸다. 내 손길에 아래위로 옷이 다 발가벗겨진 채로 그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이제껏 느끼지 못했던 마초적인 만족감이 울컥 치솟았다. “오랜만에 선생님한테 혼나니까 설레요…… 헤헤. 선생님도 옛날 생각나세요?” “웃어? 너 지금 장난 같아?” 그 시절의 훈계와 지금의 체벌이 같지 않다는 사실을 나도 알고 미희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배덕하게도 우리는 그 추억을 더듬어가며 더욱 흥분에 젖어들고 있었다. 정말로 담임으로 돌아간 것처럼, 나는 무릎 꿇은 미희를 짐짓 엄하게 내려다보았다. “아앙…… 무서워요 선생님!” “똑바로 안 해? 이게 진짜 끝까지 선생을 우습게 알고.” 나를 잡아주던 이성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부끄러움도 함께 증발해버린 것 같았다. 나는 바지춤에서 꿈틀대고 있던 기둥을 꺼내 미희의 얼굴 앞에 들이댔다. 사납게 고개를 쳐든 기둥에 핏줄이 불끈 돋아나있었다. “어디서! 선생님한테! 거짓말을!” 빳빳하게 발기한 물건이 마치 몽둥이라도 되는 것처럼 나는 기둥을 흔들어 미희의 얼굴을 찰싹찰싹 때렸다. 한 마디 한 마디 힘줄 때마다 몽둥이가 그녀의 보들보들한 피부를 후려쳤고, 요도에서 솟아난 찐득한 액체가 반반한 얼굴 곳곳에 덕지덕지 묻었다. 나를 희롱했던 그 가증스런 입술에까지 매질을 가하니, 미희는 벌을 받는 자신의 처지도 모르는 건지 오히려 기둥에 뽀뽀를 마구 해댔다. “헤헤, 우리 선생님 고추 귀여워.” “이 계집애가 반성은 못할망정……” “힝, 미희가 잘못했어요. 화내지 마세요.” 지금껏 나를 유혹해왔던 미희였지만 내가 무너지기 시작하니 그녀는 오히려 더 느긋해진 것 같았다. 적극적이었던 그녀가 이제는 수동적으로 변해 얌전히 나의 행위에 이끌리고 있었다. 물론 그것마저 그녀가 이 순간을 즐기는 방식이라고 한다면, 여전히 나는 그녀에게 놀아나고 있는 셈이겠지만 말이다. “못된 거짓말 했으니까 열심히 봉사할게요. 선생님 기분 좋아질 때까지요.” “좋아.” 그러자 미희가 냉큼 귀두 끝을 도톰한 입술로 감쌌다. 쿠퍼액을 질질 흘리고 있는 끄트머리에 보드라운 혀끝이 와서 닿자 나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미희는 머리 위로 치켜들고 있던 두 팔을 내려서, 한 손으로 나의 물건을 쥐었다. 그리고 남은 손을 내 허벅지 안쪽으로 살며시 밀어 넣었다. 깊숙하게 들어간 그 손길이 마치 악기를 다루듯 섬세하게 내 불알을 쓸고 더듬었다. “하아……” 탄식처럼 신음을 뱉으며 나는 아내와의 결혼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사진 속 아내의 눈길이 지금은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동생에게 봉사를 종용하고 있는 내 짐승 같은 모습을, 아내가 보고 있을까 싶어 흥분을 느꼈다. 결국 나의 내면에도 이런 천박한 욕망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선생님…… 어때요? 기분 좋으세요?” “윽……” “언니보다 제가 더 낫죠? 솔직히 말해줘요.” 한 달 동안 언니 얘기는 금지라더니, 그녀는 오히려 자기 입으로 먼저 그런 질문을 해왔다. 그녀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언니의 존재를 의식하면서 배덕한 흥분을 느끼고 있었던 걸까? “왜 또 대답이 없어요?” 내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도록 내버려두고 싶은 마음이 그녀에겐 없었나보다. 미희는 한 손으로 불알을 치켜들더니, 기둥을 빨던 입술을 더욱 아래로 내려 내 사타구니 깊숙한 곳에 파묻었다. “아…… 헉……” 그 입술이 항문을 더듬는 순간, 눈앞이 하얗게 물들면서 나는 그만 전율하고 말았다. 뜨거운 숨결이 몸 안쪽으로 흘러들어왔다. 추접스러운 것도 모르는지 미희는 혀를 날름 내밀어 그 역겨운 곳을 마구 핥았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서 있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끅……” 성기보다 오히려 성감대가 더 많이 집중된 곳이 항문이라더니……. 생전 처음 느껴보는 그 동물적인 자극 때문인지 입에서는 짐승이 낑낑대는 것 같은 신음성이 터졌다. 아내는 내게 이런 애무를 해준 적이 없었다. “처, 처제……” 그 순간 내 입에서 처제 소리가 나와 버린 이유는, 그녀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그 한 마디가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는데 더욱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내 처제임을 분명히 인식할수록 흥분은 오히려 배가 되었고, 그녀도 나의 그런 흥분을 읽고 있었기에 나를 구박하지 않았다. “말해요. 언니보다 내가 더 낫다고…….” “그, 그래…… 처제가 훨씬 잘해……” 눈을 질끈 감으며 나는 그렇게 대답해버렸다. 그 대답이 그녀에게 얼마만큼의 만족을 주었는지는 몰라도…… 항문을 애무하는 혀끝의 움직임이 더욱 격해졌고, 그것으로 모자라 미희는 내 기둥을 손으로 움켜쥔 채 빠르게 흔들기까지 했다. “어흑……” 항문과 성기에 동시에 자해지는 그 자극은 도저히 견뎌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타구니 안쪽이 온통 미희의 타액으로 범벅이 되었을 때쯤, 어마어마한 사정기가 파도처럼 안쪽에서 치밀어 올랐다. “싸, 쌀 거 같아……” 그러자 미희는 재빨리 귀두 앞에 입을 가져다댔다. 분수처럼 솟구친 정액이 뭉텅이로 그녀의 입안에 쏟아졌다. 살아생전 이렇게 많은 양을 쏟아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정액이 나왔다. 미희는 눈을 꼭 감고는 그것들을 모조리 입안에 담았고, 혹시나 싶어 내려다보는 내 앞에서 이번에도 보란 듯이 꿀꺽 삼켜버렸다. “원래 정액 냄새 되게 싫어하는데…… 선생님 거는 시큼하고 달달해요. 히히…….” “…….” 미처 입안에 들어가지 못한 정액 줄기가 미희의 입술 끝에서 턱으로 흘려 내렸고, 나는 그만 넋이 나갔다. “선생님.” “으응.” 내 욕망의 파편을 입가에 묻힌 채로 미희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 배덕한 입술을 달싹여 그녀가 내게 속삭였다. “가고 싶은 곳이 있어요. 지금 당장…….” “어딜……?” 내 본능은 지금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이미 탈선은 이루어졌고, 앞으로 더 나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미희의 말에 솔깃했던 이유는 그녀와 내 마음이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랜만에 모교에 가보고 싶어요. 선생님이랑 둘이서.” * 꽤 오랫동안 차를 몰았다. 몇 년 전만 해도 매일같이 출근하던 곳이었는데 이제 와서 다시 찾아가려니 새삼 낯선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낯선 기분은 운동장에 들어서는 순간 먼지처럼 사라져버렸다. “헤헤! 여길 얼마나 와보고 싶었는데.” “졸업하고 나서 한 번도 안 온 거야?” 방학기간인데다 때마침 주말이라 그런지, 학교는 텅 비어 없었다. 미희는 다시 보게 된 모교의 모습이 좋은지 모래 위를 깡충깡충 뛰어다녔다. 영락없이 토끼 같은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아련한 향수에 젖어드는 기분이었다. “한번쯤 와보지 그랬어.” “자신이 없었어요.” “뭐가?” “여기 오면 선생님 생각이 나버릴 것 같았거든요. 아마 이렇게 함께 오지 않았다면 평생 안 왔을지도 몰라요.” “…….” 그렇게 나를 마음속 깊이 담아두었었나……? 쉽사리 이해되지 않았다. 나에 대한 마음이 깊었다면 왜 그 때의 약속을 그리도 쉽사리 어겨버린 건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 질문은 이번에도 목구멍 속에서만 맴돌았다. “여기 기억나세요, 선생님? 제가 선생님 따라다녔잖아요. 매일 아침 출근하실 때 이쪽 계단으로 올라오시곤 했죠. 그래서 저도 일부러 아침마다 이쪽 길로만 등교했어요. 모르셨죠?” “정말?” “그리고 저쪽 벤치도 생각나요. 점심 드시고 나면 항상 거기 앉아서 바람 쐬고 들어가셨죠? 저는 선생님 얼굴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점심시간마다 그 앞에서 서성거렸는데.” “하하…… 그랬구나. 어쩐지 자주 보이더라니.” 미희는 내 손을 잡고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 시절의 추억을 되새겼다. 군데군데 달라진 곳도 있었지만 그것이 우릴 방해하지는 못했다. 재잘대는 미희의 목소리가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선명하게 옛 기억들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지금 계신 학교는 어때요? 여기보다 더 마음에 드시나요?” “글쎄. 솔직히 여기 있을 때가 더 재밌었지. 너희들이 나를 잘 따라주기도 했고…… 지금 있는 곳은 남학교라 애들이 말을 잘 안 들어주거든. 대신 이제는 선생님도 그만큼 애들 대하는 요령이 생겼지만.” “치……. 여학생들이 애교부리는 게 내심 좋았었나 봐요?” “좋았지. 그 중에서 특히 윤미희가 제일 좋았고.” “호호호. 거짓말 마세요.” “거짓말 아니야.” “수정이, 미진이, 연주, 경미…… 다 기억나세요? 걔네들이 선생님한테 엄청 꼬리쳤었잖아요.” “그 애들이랑 친했니? 어떻게 이름을 다 기억하고 있어?” “아뇨. 친하긴요. 그 계집애들 정말 꼴 보기 싫었어요. 선생님한테 눈웃음치는 꼴 볼 때마다 콱 없애버리고 싶었는데…….” “너무 살벌한 거 아니야?” “호호, 저는 누가 제 꺼 함부로 건드리는 걸 정말 싫어하거든요…….” 어쩐지 그 말이 조금은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하지만 미희는 말과 다르게 무척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었다, “선생님이 마음이 약해서 그런 애들 장난을 다 받아주니까 그런 거예요. 이제는 다른 여자들이 꼬리치는 거 함부로 받아주지 마세요. 아셨죠?” “나 같은 아저씨를 이제 누가 좋아해준다고……” “얼른 약속해요.” “알았어.” 그제야 만족했는지 미희는 싱긋 웃으며 내 팔을 잡아끌었다. “우리 교실로 한번 가 봐요.” “괜찮을까? 수위 아저씨가 알면……” “뭐 어때요. 도둑질 하러 온 것도 아니잖아요.” 조마조마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마음이 들떴다. 못 이기는 척 그녀에게 이끌려 그렇게 교정을 가로질렀다. 복도 한 귀퉁이에 익숙한 장소가 보였다. “선생님, 몇 반인지는 기억하고 계세요?” “말이라고 하니? 내가 처음 맡았던 고3 애들인데…….” 7반 입구에 서고 보니 감개가 무량해서 나도 모르게 코끝이 시큰거렸다. 담임으로 지냈던 1년 동안 그 작은 교실 안에서 있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뇌를 긁고 지나갔다. “여기에요, 바로 여기.” 줄지어 늘어선 책상들 사이에서 미희가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래, 네 자리였지?” “헤헤.” 교탁 위에 서서 나는 책상 앞에 앉은 미희를 바라보았다. 몇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온 기분이었다. 미희가 양팔로 책상을 끌어안으며 신이 난 듯 발을 동동 굴렀다. “수업해요, 선생님!” “수업……? 글쎄. 이제 내가 더 가르칠게 있을까?” “그럼요. 정말 많죠. 그 전에 잠깐만요, 선생님을 위해 준비한 게 있어요.” 미희는 아까부터 줄곧 한 손에 쥐고 있었던 쇼핑백을 열었다. 문득 생각해보니 아침에 집에 들어왔을 때부터 그녀는 저 백을 들고 있었다. 질투심으로 한껏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던 나는 그게 무엇인지 궁금해 할 경황이 없었다. “짠! 이것 보세요.” “너…… 그걸 아직까지 갖고 있었던 거야?” “어제 선생님한테 화나서 집에 간 다음에 계속 이걸 찾았거든요. 어때요? 맘에 드세요?” 그 속에서 미희가 꺼내든 것은 바로 미희의 고교시절 교복이었다. 뭐라 말로 표현이 안 되는 복잡한 감상에 사로잡혀 있는 날 두고 미희는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었다. 입고 있던 블라우스의 단추를 미희가 과감히 끌러버리자 나는 당황해서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호호. 보셔도 되는데.” “…….” 부끄럽기도 했지만, 즐거움을 한 차례 미뤄두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부스럭대는 소리가 멎어들고 나서 미희는 내 얼굴 앞에 폴짝 뛰어 나타났다. “헤…… 살쪄서 안 들어가면 어쩌나 했는데. 아직은 그래도 입을 수 있네요.” 같은 옷, 다른 느낌…… 이라는 말이 있긴 했지만 그걸 이렇게 한 사람에게서 느끼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그 때나 지금이나 분명 같은 교복일 텐데, 10대의 미희와 20대의 미희가 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단추를 세 개 정도 풀어놓은 셔츠가 유독 눈에 띄었다. “이렇게 보니 정말 자라긴 자랐구나.” “너무 가슴만 보면서 말씀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 때보다 더 커진 것 같은데…….” “그러네요. 단추가 제대로 안 잠겨요. 예전엔 안 이랬는데.” 가슴을 미처 다 감싸지 못하고 부풀어 오른 셔츠 자락을 보니 기분이 아찔했다. 가슴골 아래쪽에 채워진 단추가 금방이라도 떨어져나갈 것처럼 위태롭게 느껴졌다. “잠깐, 그럼 그 때도 제 가슴을 보고 계셨단 얘기에요?” “아, 아니야.” “그런데 커졌다는 걸 어떻게 아시죠?” “그 정도야…… 눈으로만 봐도 뭐.” 그러자 깔깔거리며 웃는 미희였다. 들썩이며 웃을 때마다 얇은 천 너머로 젖가슴이 흔들리며 터질 것 같은 볼륨감을 내게 과시했다. 골짜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나를 느낀 것인지 미희가 그 셔츠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영화관에서 그랬던 것처럼 브래지어를 단숨에 끌러버렸다. “설마 또……?” “이런 거 좋아하시는 것 같던데. 호호.” 노브라가 되어버린 맨가슴의 윤곽이 셔츠 아래로 은은하게 비쳤다. 그 얇디얇은 셔츠는 차라리 없느니만 못했다. 표면 위로 젖꼭지가 적나라하게 발딱 도드라져있었다. 숨이 거칠어졌다. “어때요? 볼만해요?” 그녀는 내 반응을 즐기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 시절과 똑같은 모습으로 내 앞에 서서는, 나더러 선생이 아닌 남자가 되라고 종용하고 있는 그녀의 심리는 무척 괘씸하고도 모순적이었다. 하지만 그게 왜 그리도 자극적으로 여겨지는 걸까. “이제 수업해요, 선생님.” “뭘…… 배우고 싶은데?” “예를 들면, 선생님을 어떻게 하면 더 달아오르게 할 수 있는지…… 뭐 그런 것들?” 앙큼하기 짝이 없는 제자는 정도를 모르고 계속해서 까불어댔다. 선생으로서의 권위를 지켜야겠다는 충동이 다시금 불쑥 치솟았다. 나는 교복차림의 그녀를 번쩍 들어다 교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명령했다. “자위 해봐.” “네?” “내 생각하면서 자위했었다고 했잖아. 여기서 보여줘. 제대로 보고 싶어.” “호호…… 그럴까요?” 조금쯤은 당황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미희는 보란 듯이 교탁 위에서 다리를 벌렸다. 교복치마가 허벅지 위로 쓸려 올라가 뽀얗고 늘씬한 맨다리가 보였다. 그리고 그 틈새로 속옷의 구실을 전혀 못하고 있는 T팬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교복치마에 T팬티라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발칙한 일인데, 미희는 아예 팬티를 벗지도 않고 음부를 간신히 덮고 있던 끈을 옆으로 간단히 젖혀버렸다. 새하얀 손이 점점 음부를 더듬기 시작했고, 세 번째 손가락 끝은 돌기를 문질러대느라 바빴다. “하아…… 선생님이 보고 있으니까…… 더 짜릿하네요. 그 때랑은 또 다른 느낌이에요.” 부끄러움도 모르는 걸까……. 미희에게는 내 시선이 오히려 흥분으로 작용하는 모양이었다. 미희의 다른 한 손이 셔츠 위로 발딱 솟은 그녀의 유두를 비틀 듯이 꼬집었다. 그 자극에 힘입어 표면 위로 젖꼭지의 윤곽이 더욱 도드라졌다. 그러자 마치 반응하는 것처럼 내 물건도 더욱 빳빳하게 부풀어 올랐다. “키스해주세요. 엄청 떨릴 것 같아요…….” 어떻게 내 마음을 읽었는지 모르지만 나 또한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그 요망한 입술을 내가 덮치고 있었다. 혀와 혀가 엉키었고 타액 소리가 질척하게 텅 빈 교실 안을 가득 메웠다. 게걸스럽게 입 안을 탐하며 나는 그녀의 남은 한쪽 가슴을 힘껏 쥐어짰다. 반대쪽 가슴을 주무르고 있던 그녀의 손이 내 손등을 꾹 움켜쥐었다. 입안으로 마구 침이 뒤섞이는 소리와 더불어, 아래쪽에서 스스로 음부를 문지르던 미희의 손짓이 더욱 빨라졌다. “아…… 좋아. 너무 흥분돼요…… 미칠 것 같아…… 선생님……” 그 귀엽던 아이가 이렇게 뜨거운 여자가 될 줄은……. 손가락 한 마디 정도를 쉴 새 없이 구멍 안쪽으로 들락거리던 미희가 어느 순간부터 달뜬 신음소리를 내었다. “아앙…… 하악…… 하아앙……” 그 신음이 너무도 달콤하게 들렸다. “이것 봐요…… 이렇게나 축축하게 젖은 걸요. 내가 선생님 생각하면서 이러고 있었다는 걸 상상해 본적 있나요?” 손을 아래로 내려 수풀 안쪽을 더듬었다. 홍수라도 난 것처럼 애액이 콸콸 쏟아져 나와 그녀의 교복을 흠뻑 적시고 있었다. 나라는 존재로 인해 이토록 달아오르고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미쳐가고 있었다. “선생님……!” 내가 손가락 하나를 그 질척한 구멍 속으로 밀어 넣자, 미희가 허리를 꺾으며 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가 뜨거운 숨을 토하며 속삭였다. “이제 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세요. 내가 선생님과 하나가 되는 상상을요…… 너무 오랫동안 꿈꿔왔는걸요. 바로 여기 이 장소에서……” “미희야…….” 그녀를 가르쳤던 이 공간에서, 그녀를 품에 안는다는 것이…… 미희에게 어떤 시적인 의미를 부여하는지는 내가 미처 다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미희가 나를 이곳으로 인도함으로써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같은 모습을 하고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나는 더 이상 그녀를 제자로 보고 있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그래도 지금은 남자로서 너에게만 집중할게. 나중에 날 원망하지만 마…….” “그래요. 그 말이 듣고 싶었어요. 날 마음껏 가져줘요, 선생님…….” 우리 사이에 흐르고 있는 교감이 마치 텔레파시처럼 서로를 움직이게 했다. 내가 미희의 몸뚱이를 교탁 아래로 내리자, 미희는 내게 수줍은 듯 엉덩이를 내밀었다. 교복 치마를 허리 위로 훌렁 걷어 올리고는 애처롭게 걸려있는 T팬티마저 끌어내렸다. “아학……!” 엉덩이를 활짝 열어젖히고는 그 사이에 자리 잡은 두 구멍에 정성스런 애무를 해주었다. 혀끝이 골짜기 안쪽을 마구 넘나들 때마다 미희는 자지러지듯 신음을 질렀다. 구멍 안쪽에서 터져 나온 어마어마한 샘물이 입안에까지 가득 흘러들어왔다. “너 오줌 싸는 것 같아……. 바닥에까지 흐르고 있어.” “하아악…… 모, 몰라요…… 어서 넣어줘요. 나, 나 미쳐……” 바지를 풀고 물건을 끄집어냈다.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지키기 위해 그동안 애써 마음속으로 부인해왔던 이 순간이 기어코 도래한 것이다. 핏줄이 불거져 꿈지럭대고 있는 그 흉물스런 몽둥이를, 나는 미희의 엉덩이 사이로 서서히 담가 넣었다. “아아……!” 물을 왈칵왈칵 쏟아내고 있는 구멍 입구에 슬그머니 귀두가 꽂히자, 미희가 교탁을 짚은 채로 엉덩이를 파르르 떨었다. 허리를 덮고 있는 셔츠 자락을 걷어보니 그 새하얗고 매끄러운 등줄기에 소름이 쫙 돋아나있었다. “하악…… 아아아…… 어, 엄마…… 세상에…… 나, 나 어떡해…… 아아앙…… 엄마……” 그래도 여자애라고, 이 상황에서 엄마를 목 놓아 부르짖고 있었다. 만약에 장모님이 지금 이 꼴을 본다면 기절초풍을 하시겠지. “아악…… 하아아…… 아아아아…… 서, 선생님…… 아아아앙……”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철썩철썩 울렸다. 질컥거리는 물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당장이라도 허물어질 것처럼 다리를 떨며 내 물건을 몸속에 받아들이는 미희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비로소 권위가 살아나는 듯 했다. “윤……미희. 너무 맛있어…… 네 몸……” “정말요……? 하아…… 저 맘에 들어요? 좋아요?” “응…… 좋아.” “사랑……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 “빨리……” “사랑해.” “나도…… 나도 너무 사랑해요, 선생님.” 구멍에서 전해지는 극상의 조임 앞에 이성은 날아가고 말초적인 감각만이 그 자리에 남았다. 아내보다 더 젊고 아름다운 육체의 향기는 오감을 자극하며 내 안으로 파고들었다. 불로 지지는 것만 같은 강렬한 쾌감이 허리를 놀리는 내 움직임을 점점 더 빠르게 했다. “아악……! 하아악! 아으응! 아아앙! 서, 선생님……!” “으윽…… 헉…… 처제…… 미희야……” 처제의……, 내 제자 윤미희의 맛은……, 너무나도 황홀하고 달콤했다. * “묻고 싶었던 게 있어.” “뭔데요?” 집으로 돌아와, 우리는 꼭 부부처럼 다정하게 한 침대에 누웠다. 아내와 나란히 누웠던 그 침대에 처제를 들이게 될 날이 올 줄이야……. “정말 날 그렇게 많이 좋아했었어?” “호호…… 그건 왜요?” “그 소원, 정말 진심이었는지 궁금해서.” 미희는 약간 뜸을 들이더니, 내 품 안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러고는 손가락 끝으로 내 가슴팍을 간질였다. “죽을 만큼 진심이었어요.” “…….” 육체를 한번 섞었기 때문일까. 자존심 때문에 결코 꺼내지 못했던 그 질문이…… 비로소 목구멍을 넘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래도, 대학 가자마자 다른 남자랑 금방 사귀었잖아.” “무슨 소리에요?”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었던 미희가 고개를 홱 들어 반문했다. 발뺌을 하고 싶은 걸까? 이제 와서 따지고픈 마음도 없는데……. “사실 나…… 네가 약속을 어겨서 조금 서운하기도 했었어. 너도 기억나지? 다 지난 일이긴 하지만……, 그 때는 나도 내심 기대했던 것 같아.” 그저 지나간 기억을 회상하는 것처럼 들리길 바라며 나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물론 그 당시엔 많이 허탈하기도 했었지만,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미희가 괜한 가책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미희의 반응은 내 예상과 전혀 달랐다. “대체 무슨 말이에요? 먼저 약속을 어긴 건 선생님이면서.” “뭐?” 억울함을 넘어서 발끈 화를 내기까지 하는 그 모습이, 도저히 연기로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미희에게 묻어둔 기억들을 하나하나 털어내기 시작했다. 그 날 바에서 그녀의 모습을 우연히 보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내가 담담히 고백하자, 가만히 듣고 있던 미희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글썽 맺혔다. “미, 미희야…… 울어?” “…….” 미희는 내 가슴에 안긴 채로 소리 없이 눈물을 훔쳤다. 나는 아무 말도 더 하지 못하고 그녀가 진정되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후에 눈물을 그친 미희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교복을 넣어왔던 백을 뒤적거려 다이어리 하나를 꺼내들었다. “이거…… 선생님 보여주려고 가져온 거예요. 내가 선생님을 많이 미워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죠.” “일기……?” 낱장마다 빼곡하게 일기가 쓰여 있었다. 날짜로 봐서 그것은 그녀가 고교 시절부터 꾸준하게 써온 일기장이었던 것 같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담임을 맡았을 때 미희가 그 다이어리를 쥐고 있는 모습을 몇 번인가 본 것 같기도 했다. “선생님 얘기가 많아요. 고3 때는 일기를 열심히 썼으니까…….” “…….” 그녀 말대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내 이름이 이곳저곳 등장했다. 미희가 얼마나 내 생각을 많이 했는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에서부터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까지…… 나는 그녀의 일기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마지막 일기를 봐줘요.” 언제까지고 이어질 것 같았던 일기가 어느 시점에서 뚝 끊어져있었다. 나는 미희가 마지막으로 써놓은 일기를 읽어 내리며 그녀의 옛 기억 속으로 함께 흘러들어갔다. * ‘봄이구나…….’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니 오늘따라 선생님 생각이 더 많이 났다. 선생님은 요새 잘 지내고 계실까? 설렘도 낭만도 없는 이 곳에서, 나는 그저 고교 시절의 기억을, 선생님과의 추억만을 자꾸만 되새기고 있을 뿐이다. 연락을 드린 지가 너무 오래 되어서 선생님 안부가 궁금하다……. 그래도 차마 전화번호를 누르기가 힘들다. 지금 내 이런 모습을 선생님이 본다면 뭐라고 꾸짖으실까? 무엇보다 선생님이 내게 실망해서 다시는 나를 보기 싫어하실까봐 그게 너무 겁이 난다. 대학생활은 그리 즐겁지 않다. 단 하나 배운 것이 있다면 등록금이 정말 비싸다는 것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가난했던 집은 아버지가 또 한 차례 사기를 당하면서 더욱 기울었다. 내 등록금을 내가 벌어 써야만 하는 각박한 환경 앞에서, 나는 늘 돈이 걱정이었다. 학기 초에 유미는 내게 하루 사이 수십만 원을 벌었다며, 자랑 아닌 자랑을 던지고 갔다. 유미가 손댄 일이 무엇인지는 나도 눈치껏 대충 알고 있었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유미의 설명대로라면 추접스런 일 당하지 않고도 대충 남자들 비위만 맞춰주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시급으로 푼돈 받아가며 일하는 것도 용돈벌이로나 가능한 얘기지…… 등록금을 메우기 위해선 학자금 대출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가뜩이나 찢어지는 집안 환경에 내가 빚까지 얹어버릴 수도 없으니 참 막막할 노릇이었다. 엄마는 나보다 오히려 세상 물정에 어두운 모양인지, 자퇴만은 안 된다며 나를 더욱 몰아세우곤 했다. 사실은 나도 학교를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아마 대학 문턱은 구경도 못했을 것이다. 지금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건, 내가 선생님을 좋아하기에 그만큼 많이 노력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게다가 선생님은 내게 약속을 걸었다. 한 학기만 지나고 나면 그 때엔 내 마음을 받아들이겠다고……. 나는 여전히 그 약속을 믿고 있었다. ‘정말 다른 거 안 하고 데이트만 해주면 된다고?’ ‘그렇다니까. 그 오빠 되게 돈 많은 사람이야. 싫은 거 억지로 시키지도 않구. 그냥 하루 가볍게 놀아주기만 하면 되는 거야.’ ‘휴…… 암만 그래도 영 내키지가 않는데.’ ‘너 잘 생각해. 그런 물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아.’ 유미의 그 끈질긴 꼬드김에 쉽사리 넘어가지 못했던 이유도 실은 선생님 때문이었다. 하지만 학기가 지나갈수록 머릿속엔 다음 학기의 등록금을 마련해야한다는 강박이 뚜렷하게 자리 잡았고, 그것 때문에 매일 스트레스를 느껴 불면증에까지 시달리게 되었다. ‘허튼 짓 하려고 하면 나 바로 그만둘 거야. 알겠어?’ ‘알았다고.’ 유미는 자기가 만났던 그 돈 많은 남자에게 내 얘기를 했다. 남자는 하루 놀아주는 것치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돈을 내게 걸어왔다. 계집애가 허락도 없이 내 사진을 보여줘 버린 탓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남자들의 속셈이야 결국 뻔한 것이겠지만, 유미는 그런 일 없을 거라며 나를 계속해서 설득했다. 듣기로는 나를 주선해주는 대가로 유미에게도 뭔가 떨어지는 수수료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웬만한 아르바이트의 한 달 월급 수준을 훨씬 웃도는 액수 앞에서 나는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난 바보처럼 유혹에 넘어갔고, 그 일을 받아들였을 때 속으로 선생님을 떠올리며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아무 감정 없이 그냥 시간만 보내다가 돌아오면 돼……. 그저 돈을 버는 것뿐이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난 약속을 어기는 게 아니야. 나는 나를 그렇게 합리화했다. 하지만 그 데이트 파트너라는 일을 시작하고 나면서부터, 차마 선생님에게 연락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스스로가 너무도 부끄러웠고 선생님이 알게 될까봐 항상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 와중에 죽어도 성관계만은 피했다. 그건 내게 남은 마지막 자존심이었고, 지켜야만할 선이었다. 돈 때문에 웃음을 팔게 되었지만 몸까지 파는 창녀로 전락하고 싶지 않았다. 남들이 보기엔 코웃음 칠 이야기겠지만 내게는 그 경계선이 너무도 중요했다. ‘사진보다 더 미인이시네요. 놀랐습니다, 하하.’ 오늘 만난 남자는 특히나 더 역겨웠다. 그는 나를 한적한 술집으로 이끌었고, 그곳에서 나는 마시고 싶지도 않은 칵테일을 홀짝여야만 했다. ‘오빠가 이런 말 아무한테나 하지는 않는데, 너 나랑 종종 만날래? 한번 만날 때마다 용돈도 더 챙겨줄게.’ 남자는 술을 들이키면서 쉴 새 없이 그런 말들을 늘어놓았다. 반말도 싫었지만 그보다 더 싫었던 것은 자꾸만 몸을 붙여오는 그 추행에 가까운 스킨십이었다. 남자는 취기를 이기지 못하고 내 얼굴에 추접스럽게 입술을 찍어댔다. 입술이 몸에 닿을 때마다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나를 괴롭혔다. 남자가 내게 키스하는 꼴을 본 주위 사람들이 하나같이 킬킬거리며 웃어댔다. 수치심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이러고 있는 모습을 혹시라도 어디선가 선생님이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울컥 나올 것만 같았다. 왜 자꾸만 선생님이 여기 가까이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 마음이 불편했다. ‘오늘 오빠랑 좋은 데서 하룻밤 어때? 돈 필요하지 않아? 너 등록금 벌어야한다며.’ 술집을 나오고 나서 이만 헤어지려는 나를 남자가 붙잡았다. 억지로 나를 모텔까지 끌고 가려는 그 수작에 진저리가 났고, 몸을 더듬는 그 손길도 너무나 싫었다. ‘저, 전 이만 가볼게요.’ 허리를 껴안는 그 손을 뿌리치고 나는 밤거리를 달려 그에게서 도망쳤다. 기껏 참아가며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는데……, 어쩌면 오늘 일한 돈을 하나도 못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기분이 비참했다. ‘안 되겠어…… 도저히 안 되겠어. 나 이렇게까지 돈 벌고 싶지 않아. 대학을 그만둬버릴까? 그럼 선생님이 더 싫어할 텐데……. 그래. 이럴 게 아니라 선생님이랑 얘기를 해봐야겠어. 선생님이랑 얘기하고 나면 어떻게든 맘이 편해질 거야.’ 그동안 부끄러워서 기피해왔던 선생님과의 만남이, 오늘은 유독 간절했다. 내 가난을 선생님에게 드러내는 것도 무척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적어도 더이상 선생님에게 죄책감을 느껴가며 이런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무작정 택시를 잡아타고 선생님이 사는 원룸으로 향했다.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선생님 얼굴을 꼭 보고 싶었다. 아마도 날 그냥 돌려보내진 않으실 테니……. ‘어?’ 그렇게 택시에서 내린 순간, 나는 굳어지고 말았다. 술에 취한 선생님을 부축해서 안으로 들어가는 누군지 모를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먼발치에서 딱딱하게 굳어진 채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선생님을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도둑처럼 발걸음을 죽이고 나는 두 사람의 뒤를 쫓았다. 선생님을 방 안까지 부축한 여자는 이내 다시 돌아 나왔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 선생님이 과음해서 아는 사람이 부축해 준 걸 거야. 선생님이 그랬잖아. 다른 여자 만나지 않고 있겠다고. 선생님은 약속을 꼭 지키는 사람인데…… 바보 같이 오해할 뻔 했어. 그러게 선생님도 왜 저렇게 과음을 하셔가지고선……’ 여자가 사라지고 나서, 나는 무작정 선생님의 집 앞을 서성였다. 벨을 누를까? 아니면 전화를 걸어볼까? 하지만 그런 고민도 잠시…… 사라졌던 그 여자가 다시 돌아왔다. 나는 화들짝 놀라 엉겁결에 복도 뒤편으로 몸을 숨겼다. ‘이거라도 좀 드세요, 숙취 음료에요.’ ‘아, 아니…… 윤경 씨.’ 드문드문 두 사람의 말소리가 들렸다. 어수룩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여자는 다시 선생님의 집 안으로 들어갔고, 이번엔 다시 돌아 나오지 않았다. ‘왜 안 나오는 거야…… 남의 남자 집에 함부로 들어가서는.’ 초조함을 이기지 못하고 나는 문 앞으로 달려가 안쪽을 향해 귀를 기울였다. 좁디좁은 원룸 안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 소리가 어렴풋이 새어나왔다. ‘윤경 씨, 내가 마음에 들어요?’ ‘왜 물어보시는 거죠?’ 순간 내가 잘못 들은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선생님의 말이 내 불안한 가슴에 쐐기를 박았다. ‘오늘은 혼자 있기 싫어서요. 같이 있어줄래요?’ 멍하니 굳어져 있는 내 귓가에, 곧이어 두 남녀의 교성이 파고들었다. 두 눈에 고였던 눈물이 결국 바닥으로 툭 떨어져 내렸다. ‘거짓말쟁이…….’ 나는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났다. 배신감에 가슴이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