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데? - 14장
[14] .. 크로마뇽인의 후예들 : 언어적 인간(Homo loquens)
추석 연휴가 끝나면 그 다음 주에는 대학의 중간고사이다. 이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현정이는 밤 늦게까지 오피스룸에서 시험 공부를 하려고
마음을 먹고 공부를 시작했다. 시험 공부를 해야하는 것은 경절이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이번에는 애들 수업을 해가면서 시험을 쳐야하기 때문에 지난 시험 때보다
공부를 훨씬 더 많이 해 두어야 했다.
그런데 경철이는 자기 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도 공부를 하겠다면서 현정이의
옆자리에 앉아있다. 곁에 없으면 보이지 않고, 또 보이지 않으면 보고싶을 텐데,
그가 마치 현정이의 이런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렇게 옆에 있으니까
마음이 놓여서 좋기는 하다. 가끔씩 곁눈질로 그를 훔쳐볼 수도 있다. 그는 제법
열심히 책이나 노트에 몰입하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경철이가 툭하면 현정이에게 덤벼드는 것이다. 그때마다 현정이는
자신의 속 마음과는 전혀 다르게 경철이를 공갈과 협박으로 떼어놓아야 했다.
예를 들면 ...
현정 : 이번 시험을 기어코 망칠래?
현정 : 자꾸 이러면 나 집으로 갈꺼다~!!
현정 : 이러려고 친척들 모이는 데에 따라가지 않았던거야?
현정 : 시험 끝나고 순천에 갈껀데 그 때 안데리고 갈꺼다~!!
그가 덤벼들 때, 현정이라고 해서 그에게 덤벼들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현정이도 안기고 싶고, 또 키스하고 싶지만 꾸욱 참고 공부에 집중하려고
이를 악문다.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이 왜 이렇게 몸을 제어하지 못하는가? 마음의
가장 큰 배신자는 몸이다.
시작한 공부가 제법 되려고 하면 경철이가 덤벼들어서 뺨에 뽀뽀를 한다든지,
등을 쓰다듬든지 한다. 반바지 아래로 뻗어있는 허벅지 살 위를 쓰다듬기도 한다.
얼굴을 가까이 하고 입술을 물고 늘어질 때도 있다. 그런데 그는 현정이가 공갈이나
협박을 하면 그가 하던 짓을 당장 중단해버리는 것이다. 현정이는 그가 이렇게
순순히 물러설 때마다 그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현정이는 자기 말에 따라서
그가 착하게도 얼른 중단해버리는 것이 엄청 얄미웠다.
남자가 아예 시작을 말든가, 또 시작을 했으면 끝까지 밀어붙이든가. 여자가
한마디 했다고 멈추다니. 삐친 것도 아닌데 ...
어쩌다 한 번은 그의 손에 몸을 맡겨두기도 한다. 그럴 때에는 입술과 입술이
그리고 금방 혀와 혀가 서로 엉키면서 서로를 빨아댄다. 그의 손이 아주 자연
스럽게 그리고 또 당연하다는 듯이 현정이의 남방 안으로 들어와서 브레지어를
밀어 올리고 젖가슴을 주무르기도 한다. 아예 입으로 젖을 빨기라도 하면 현정이의
보지는 흥건해진다. 머리가 텅 비는 것 같다. 지금까지 기껏 공부해 둔 것이 머리
속에서 모두 증발해버리는 기분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렇게 둘이 엉켜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들이닥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지? 경철이의 엄마나 누나, 아니면 정수나 해리. ..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도대체 경철이는 이런 생각을 하기는 하는걸까? 책임감이 있는 남자라면
함부로 이렇게 하지는 않을텐데 ...
현정이는 차라리 공부를 자기 원룸에서 할까하고 생각도 해보았다. 그러나 집에
있으면서 방안을 한바퀴 둘러보면 할 일이 태산일 것이다. 또 요새는 아침에 눈만
뜨면 한시가 비쁘게 오피스텔로 달려가서 그를 보고싶다. 책을 보려고 하면 글이
눈에 들어오기는 커녕, 입술에 또 젖가슴이나 온몸에 스멀스멀 그의 손길이 느껴진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손이 입으로 가서 입술을 가볍게 쓰다듬고 있는 것을 알게된다.
현정이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 정말 미칠 노릇이다.
이제는 사랑스런 이 남자가 공부하는 데에는 독약이다.
이것은 처음 느껴보는 생각이다. 과거에는 공부하다가 잡생각이나 걱정거리들이
있을 때에는 공부가 되지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경철이에게 다가서고 또 이 남자와
몸을 섞고 나니까, 이 남자 때문에 공부가 되지않는다.
그러나 시험이라는 것은 그런 사치스러운 생각을 허용하지 않는다.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올 때마다 피가 마르는 것 같다. 이를 악물고 계속하는 방법 말고는 당장 다른
뾰족한 생각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럭저럭 하다보니까 새벽 두시다. 현정이는 오늘만 날이 아니라면서 공부를 끝내고
집으로 가겠다고 일어섰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도 얼른 따라서 일어선다.
그러는 그가 귀엽다. 현정이가 가방을 메고 밖으로 나서자 그도 따라 나선다. 이러는
그가 정말 믿음직스럽고 또 사랑스럽다. 지금은 <어느 누군가>가 현정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경철이>가 현정이를 사랑하는 것이다. 바로 이 남자 경철이
때문에 새벽 두시쯤에 행복한 기분에 젖어본다. 이건 아마 꽃혀도 단단히 꽃힌 것 같다.
밖으로 나오자 그가 현정이를 차에 태우려고 한다. 속마음이야 그렇지 않지만 그녀는
혼자서 택시를 타고 가겠다고 우겨본다. 그런데 현정이의 말에 그가 넘어가 준다.
그가 택시에 같이 타주는 것이다. 혼자 가는 것을 싫어하는 현정이의 속마음까지도
그가 헤아려 주는 것 같다. 뒷자리에 나란히 앉더니, 차를 두고 가서 맥주 한잔
마시자고 그가 귀에 속삭인다. 그냥 말해도 되는 것을 ... 기사가 들어서는 안될
것처럼 소곤거리는 이유가 뭘까.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말도 아닌데 ... 그의 말이
귀로 쏟아지자 눈은 감기고 몸에는 진저리가 쳐진다. 잡고 있는 손에 더욱 함을
주어서 꼬옥 잡아본다.
현정 : 하아~ ...
그런데 하루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오늘은 공부를 별로 많이 한 것 같지 않아서
불안한 생각이 든다. 또 공부를 한 내용 조차도 머리 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면 눈에 더 이상 보이는 것이 없어진다던데 아마도 이것을
두고 하는 말 같다. 내일은 정수를 오라고 하든지 도서관에를 가든지 무슨 수를
써야할 것 같다.
현정 : 공부 많이 했어?
경철 : 별로 .. 그 대신에 다른 것을 열심히 한 것 같아.
현정 : 뭐를 열심히 했다는 말이지?
경철 : 그건 .. 말 못하죠. .. 후훗~!!
현정이가 그를 흘겨본다. 달리는 택시 안에서 경철이는 현정이의 손을 만지작거리다가
현정이의 등에 팔을 감아서 현정이의 몸을 당겨간다. 현정이의 몸이 힘없이 그에게로
쓰러진다. 이렇게 그에게 몸을 기댄 채로 가는 이 기분도 포기할 수 없는 하루 일과가
될 것 같다.
택시가 현정이의 집 앞에서 멈추어 섰다. 현정이는 우선 경철이를 밖으로 밀어내고
나서, 택시 요금을 계산하고 거스름돈을 받아 챙기면서 택시에서 내렸다. 오는 동안에
거울로 두 사람을 자꾸만 훔쳐보던 기사의 얼굴이 징그러워보였다. 손만 잡고있었던
두 젊은 남녀를 그렇게 힐끗거릴 이유가 있었을까?
현정이의 방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그가 현정이의 몸을 안는다. 현정이에게 갑자기
그의 품이 아늑해진다. 가지고 싶다. 다른 곳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이 남자를 몸과
마음으로 꼬옥 가두고 싶다.
그러나 경철이를 이렇게 두고 볼 수만은 없다. 뭐라고 한마디 해야한다. 그녀는
그의 가슴을 다시 밀어낸다. 그리고 커피를 내리게 한 후에 옷장을 열어서 팬티
한장을 들고 욕실로 갔다.
입고 있던 팬티를 벗어서 세탁기에 넣고, 비데를 한 후에 가져온 팬티로 갈아입었다.
거울에 얼굴을 비춰본다. 얼굴이 엄청 버얼겋다. 정신이 들으라고 찬물을 틀어서
세수를 해본다. 그런데 시원한 느낌은 들지만 차가운 느낌이 전혀 없다. 손을 얼굴에
대자 얼굴에서 화끈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욕실을 나서자 그가 다가온다. 온 몸의 피가 머리로 쏠리는 것 같이 긴장된다.
그를 피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그는 현정이를 비켜가서 욕실로 들어
가버린다.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괜히 약간 서운하다. 나쁜 남자 같으니라고 ...
그의 뒤로 쏘아보는 눈초리를 보낸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마음에 없는 짓이다.
커피를 잔에 따른다. 그가 나오면 같이 마주앉아서 커피를 마시면서 뭐라고 말을
해야한다. 그런데 머리 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는다. 뭐러고 말을 해야 하지? 또
어설프게 뭐라고 말을 시작했다가 실수할 것만 같다. 인간의 언어란 결코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
수경이에게도 이랬을까? 진우에게 수경이도 이 정도로 빠졌었나? 나쁜 계집애.
이런 정도였으면 왜 말을 해주지 않는거야? 친구 사이에 이런 저런 할 말 안할
말이 다 오고간다더니 순 거짓말이다. 수다 떨 때에는 수박 겉핥는 소리나 하고
정작 해주어야 할 새로운 경험에 대해서는 시치미를 뚝 떼다니 ... 그래도
수경이가 보고싶다. 순진하고 착했었는데 ... 이 해가 가기 전에 만나서 옛날처럼
정말 밤새도록 수다를 떨어보고 싶다. 고3 때는 수능 준비한다고 공부하면서도
공부를 미루어놓고 이런 저런 말도 안되는 얘기로 밤이 깊도록 얘기한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에 있었던 그런 일들은 정말 사소했고 또 아무 것도
아니었는데 그 때에는 왜 그렇게 그것들이 심각하다고 생각되었는지 ...
이것이 <남녀상렬지사>리는 것이었어? 나는 이 정도인데 경철이는 어떨까?
일단 시험을 먼저 해결하고 <상렬>하면 안되겠니? 장학금이야 포기했다고 쳐도
이제 학점 챙기는 정도는 해야하지 않을까? 너와 나 사이에는 <남녀상렬> 이
있지만 시험과 나 사이에는 <학생상렬> 이라는 관계가 있거든.
어느새 와서 옆자리에 앉은 그에게 커피를 권한다. 하루 종일 옆자리만을 고집한다.
경철이의 얼굴을 보니까 역시 그도 세수를 하고 온 것 같다. 그의 얼굴도 버얼겋게
상기된 것이 현정이 눈에 이제야 보인다. 이럴 때에는 마치 뭔가 심각한 것처럼
일부러 차가운 표정을 보여야 한다. 제발 실수 없이 해야하는데 ...
현정 : 이번 시험 어떻게 할래? .. 걱정 안돼?
경철 : 지금까지 공부 해둔 것이 있어서 별로 걱정 안되는데 .. 왜?
현정 : 나는 안그래. .. 내가 시험을 망치면 되겠어?
경철 : 나 때문에 네가 시험을 망쳐?
현정 : 나는 공부를 너만큼 안해서 ...
경철 : 오늘 하루 종일 시험공부 때문에 그랬던거야?
현정 : 그래. .. 그러고 또 너 지금 너무 내 몸을 밝히는거 알아?
경철 : 밝힌다는 건 쫌 아니고 .. 보고 있으니까 손이 저절로 가네. .. 하하~
현정 : 내 몸이 네 손을 당기나? .. 호호~
경철 : 너무 예쁘니까 내가 정신을 못차려 하는 거 ... 알아?
현정 :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경철 : 기분 나빠?
셩철 : 일하는 곳에서는 신체적인 접촉을 피하기.
경철 : 날더러 죽으라고?
현정 : 죽등가~ .. 그러다가 누가 오기라도 하면 어쩔래?
경철 : 오늘은 누가 오냐? .. 내일은 또 모르겠다.
현정 : 왜 내일?
경철 : 연휴 마지막날이니까 ... 우리집 식구들도 내일 오전에 들어올꺼고 ..
현정 : 정수나 해리가 잠시 들를 일이라도 있어서 오게 되면?
경철 : 오면 내 쪽으로 가지 다짜고짜 너에게로 가겠어?
현정 : 내일은 도서관에 가자.
경철 : 그렇게 불안해?
현정 : 눈감으면 내 점수가 훤히 보여.
경철 : 그러게 눈을 왜 감어? .. 하하~
저 사악한 남자는 머리 속으로 계산 할 것은 벌써 모두 치밀하게 계산을 하고 있다.
현정이는 저런 생각을 할 줄 모른다. 말을 꺼내서 하기는 했는데 얻은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말이 안통한다. 현정이에게는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다.
상황은 있으나 이 상황을 대변하고 또 돌파할 수 있는 언어가 없다. 크로마뇽인
이후로 인간은 언어적 동물(Homo loquens)인데 현정이에게는 사용할 수 있는
언어가 별로 없다. 현정이가 인간이 아닌가? 아니면 우리말이 좋은 언어가 아닌가?
그가 또 손을 잡아온다. 망할 ... 현정이의 손이 그의 손 안에 갇혔다. 그의 손에 힘이
천천히 들어간다. 그동안 뭔지 모를 불안감에 싸여있던 현정이의 마음이 이제 조금
놓인다. 현정이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로부터 전해져 오는 힘이었나? 이제 언어
따위는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인간은 그렇게 훌륭한 언어적 동물(Homo loquens)이
아니다. 이 언어들은 인간에게 별로 쓸만한 언어가 아닌것 같다. 세종대왕께서 너무
빠른 시간에 급하게 서둘러서 만들으셨나? 그분이 만드신 것은 문자이지 언어는
아니라고 배운 기억이 난다.
손을 빼내려고 하는 흉내라도 내야 할텐데 이상하게도 손이 말을 듣지 않는다.
오히려 현정이도 같이 그의 손을 꼬옥 쥔다. 이렇게 하면 경철이에게 너무 쉬운
여자로 보이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렇지만 손을 잡는 정도야 요즈음 들어서는 스킨쉽이라고 할 거리가 되지도 않는다.
그는 툭하면 앞에서 또는 뒤에서 안고, 젖가슴도 만지고, 현정이의 머리에 그의 얼굴을
묻기도 한다. 그가 오피스텔에서 과감하게 접근해오면 현정이는 겁이나서 가슴이
벌렁거릴 정도이다. 이것이야말로 정말 <남녀상렬직사>이다 .. 직사할 노릇이다.
살면서 처음 경험하는 전혀 새로운 세계이다.
그가 어느새 현정이의 입술을 빨아들이고 있다. 지지않으려는 듯이 현정이의 입술도
그의 입술을 빨아들인다. 하루 종일 얼마나 기다렸던가? 그러나 시험을 앞두고 자꾸
이러는 것은 좋지않다는 생각이 든다. 머리 속에서 생각이 들면 뭐해? 몸이 그 생각을
따라주지 않는 것을. 왜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이런 황당한 일이 자꾸 생기는거야?
현정이가 그의 입술에 집중하고 있을 때 어느 새 벌써 젖가슴에 그의 손이 느껴진다.
그가 어루만진다. 어느새 움켜쥔다. 아, 이 남자가 젖꼭지를 잡아 비튼다. 엉덩이가
들썩거리면서 허리가 뒤틀린다. 답답하다. 숨은 막힐 것 같고 가슴이 울렁거린다.
이미 팬티가 흥건해진 것 같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침대 쪽으로 갔다. 빨고 빨리면서,
안고 안기면서 둘은 침대에 도착했다. 그들은 서둘러서 옷을 벗고 벗긴다. 그리고는
몸과 몸이 엉킨다. 아 .. 오늘은 이러려고 그러지 않았는데 .. 입술과 입술이 또 혀와 혀가
엉키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다리와 다리가 엉키고, 드디어 현정이의 엉덩이가
허공에서 뒤틀리고 그도 한참 허리 운동을 하다가 두 사람은 서로를 안고 조용해진다.
그리고나서 그는 집으로 돌아갔다. 완전 나쁘다.
* * * * * * * * * * * *
그는 연휴내내 현정이의 방에까지 따라 들어와서 다음날 새벽에 일찍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는 그와 함께 보내는 밤이 현정이에게는 더 이상 아프거나 두렵지 않다. 오히려
낮에는 밤이 기다려지기도 했다. 한가지 불편한 것이라면 요새 몇일 사이에 침대보를
너무 자주 세탁하는 것이다. 그런데 빨래하는 것은 세탁기가 하지 현정이가 손빨래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둘이서 낮에 그리고 저녁내내 같이 붙어있다가 한밤중에 현정이 방으로 같이 온다.
둘은 침대보를 흥건하게 적신다. 끝나고 나면 그는 집안 식구들의 눈치를 봐야하므로
꼭 집으로 돌아간다.
그가 가고나서 현정이가 혼자 남으면 갑자기 밀려오는 산(山)만큼이나 커다란 외로움이
그가 가고난 빈 자리를 채운다. 그가 없는 현정이의 방은 어느 새 <외로운 방> 이 된다.
현정이에게 외로움이란 괴로움이다. 그래서 현정이는 괴로워하다가 잠이 든다.
현정이는 그가 가고, 자기 혼자 남아있는 것이 싫어진다. 같이 살아버릴까? 동거한다는
젊은 남녀들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만나는 것은 좋다. 그러나 헤어지는 것은 싫다.
외롭다는 것은 마치 혹처럼 내 옆에 빈자리 하나를 달고다니는 것이다.
그 빈 자리를 그가 와서 채워준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한참 후에 그와 헤어져서, 그가 가고 나면, 처음의 빈자리는 그 이전보다 훨씬
더 커진다. 이것이 싫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살아야한다.
바로 이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하는> 상황이 싫다.
* * * * * * * * * * * *
이렇게 추석 연휴와 주말까지 지나갔다. 둘만 있는 시간도 이제 끝이다. 정수도 해리도
오고 또 학생들도 온다. 그리고 걱정했던 중간고사 시험도 그럭저럭 끝났다. 발목을
잡을 줄 알았던 공학수학이나 일반물리학도 정수의 도움으로 점수가 그렇게 나쁠
것 같지는 않다. 고민거리가 줄어들은 것이다.
현정이는 이제 한숨 돌리나보다 생각했는데 상황은 결코 런것이 아니었다. 중3
들의 마지막 시험이 한달 후에 있으므로 경철이의 지휘하에 그들의 시험준비를
도와야 했다. 그 시험이 끝나면 그로부터 한달 후에는 또 대학의 기말시험이다.
경철이가 현정이를 대하는 것이 달라졌다. 모두 집으로 돌라가고 오피스룸에
둘이만 남아있게 되어도 그가 안아오기는 커녕 손을 잡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현정이가 그의 곁을 지나치면서 일부러 스치려고 하면 오히려 그는 물러서면서
길을 비켜준다. 전혀 어이없고 필요없는 친절이다.
그가 벌써 현정이를 지루해하는 것인가?
둘 사이의 관계가 덤덤해진 것일까?
근래에 와서 경철이를 보면 해리와 많이 가까워진 느낌이다. 둘이 뭔가 얘기를
하다가 깔깔거리면서 웃기도 하고, 또 그가 느끼한 눈으로 해리의 몸을 훑어보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해리의 몸도 남자의 눈길을 끄는 굴곡있는 몸이어서
경철이가 자기도 모르게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럴 때마다 현정이는
가슴이 답답해진다. 여자가 가지가지를 하면 남자는 고루고루 한다.
그런데 경철이가 바빠진 것은 사실이다. 학부모 상담이나 또 학생들을 관리하는
것을 거의 그가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다. 학생들도 서서히 늘고있다. 그런 그를
곁에서 해리가 열심히 돕고있다. 경철이의 엄마도 자주 와서 한참 동안 그와 함께
무슨 얘기를 나누고 돌아간다. 현정이는 경철이 엄마를 볼 때마다 피가 거꾸로
흐르는 듯 긴장된다.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전화기 사용도 못하나?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는 왜 있는데?
현정이가 먼저 경철이에게 뭐라고 보내고 싶다. 그러나 현정이는 대화 창을 열고,
썼다가 고치고 또 지우고 .. 결국 보낸 것은 없다. 그가 보내지 않으므로 현정이도 보낼
수 없다라고 현정이는 간단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 그가 미우니까
안보내는 것이다. 맞다. 그가 얄밉다. 그것도 아주 엄청 많이.
현정이 혼자서 마구 그를 욕해본다.
나쁜 놈, X할 놈, Y할 놈, ...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있는 모든 험상궂은 욕을 모두 다 가져다가 나열해본다.
혹시 이렇게 하면 그의 귀가 가렵지라도 않을까? 전혀 그런 것 같지가 않다. 그가
귀가 가렵다는 말을 현정이는 아직 그로부터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혹시 이 욕 때문에 그가 더 오래 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매일 자주 그를 욕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렇게 한번 하는 것도
가슴이 벌렁거리고 얼굴 빨개지는 일인데 ... 근본이 착하고 심성이 곧은 그에게
어떻게 욕을 한단 말인가?
그런데 해리랑 저럴 때 보면 착하고 곧기는 개뿔~!!
그가 전화기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쩌다 한번씩 (수경이와 보다는
훨씬 자주) 두 전화기에 뭔가가 오가기도 한다. 그렇지만 지극히 형식적인 내용들
이어서 별 의미가 없다. 피곤하지 않냐, 아니면 보고싶다 등등. ... 피식~
이런 것들은 갈증을 해소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맞다. 현정이에게는
갈증이 매우 심하다. 경철이 때문에 생긴 갈증이다. 이 갈증은 경철이에게서 오는
것이고 또 이 갈증은 경철이만이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그는이 사실을 철저하게
모르는 척 외면하고있다. 참으로 사악하기 짝이 없다. 언어적 인간 (Homo loquens)이
도대체가 언어를 사용할 줄을 모른다.
언어의 마술사라고 해도 좋을 작가 <뜨락에> 님이나 <회색시대>님 또 <장마>님 ..
이 분들은 독자들로부터 정말 최고의 존경과 찬사를 아낌없이 받으셔도 부족하다.
이런 분들이야 말로 진정한 <크로마뇽인>들의 후예로서 조금도 손색이 없다.
<소라>에서도 이제는 <작가 걸러내기>를 해야한다. 사이비 글쟁이 <기러기아빠> 는
가차없이 추방시켜야 한다. 이 사람의 글은 글이 아니라 공해이다. 야설계를 심각히게
오염시키는 것 같다.
정수는 현정이가 공학수학이나 일반물리학 공부하는 것을 계속해서 돕는다. 그런데
정수는 신사였다. 그는 예의가 바르고, 절도가 있었으며, 항상 현정이를 배려하고 또
수업을 준비할 때에도 현정이를 여러가지로 도와주었다. 그러면서 정수는 신체적인
접촉을 일체 피하려고 많이 조심한다. 그러니까 현철이나 정수가 여학생들과 같이
일하면서도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 좋은 남학생들이라는 생각을 아무것도 모르는
해리는 제3자로서 가질 것이다.
그런데 하루는 수업준비를 하고 있는데 현철이가 해리의 손을 잡고 현정이의
오피스룸으로 들어왔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현정이의 얼굴에는 아주 잠시 동안
경악스러워하는 표정이 스쳤다. 해도 너무한 것이 아니야? 그런데 현정이와는
달리 정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들을 본다. 해리의
표정은 한껏 일그러져 있었다.
이 상황은 말이 되지 않는다. 뭔가가 잘못된 것이다. 현정이가 그들에게로 갔다.
경철 : 해리누나 손 다쳤어. 혹시 연고 있나?
현정 : 어머머~ .. 병원에 안가도 되겠어요? .. 어쩌다가 이랬대?
그러나 이것은 결코 현정이의 마음에 있는 소리는 아니었다. 이런 말을 하는
자신이 참으로 한심하고 어색하기만 했다. 해리가 손을 다쳐서 치료하러 오는
그들을 보면서 이상한 생각을 가지다니 ... 아마도 해리가 자를 대고 종이를
자르다가 손을 다친 것 같다. 정수가 재빨리 구급약통을 가져왔다. 현정이 없이
두 남자가 덤벼들어서 사태가 마무리되는 것 같다. 현정이는 철저히 아웃사이더
였다. 정수가 침착하게 해리의 상처에 소독약을 바르고, 연고를 발라준 후에
큼직한 밴드를 붙여조고 나서 한마디 했다.
정수 : 종이를 자르라니까 손을 자르면 어떻게 해요? .. 하하~
해리 : 피가 아깝다 .. 이럴 줄 알았으면 헌혈이라도 할껄~ .. 호호~
경철 : 누나 피는 받지 않을껄요.. 너무 예쁜 여자 피는 안받는다던데? .. 하하~
해리 : 아~.. 예쁜 여자의 이 고민~!!!... 호호호~
현정이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한 말에는 아무도 뭐라고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수가 정성껏 치료한 후에 한 그 말에는 모두 반응했다. 말이 말 같지가 않았나?
현정이는 물걸레를 손에 들고 그들이 온 길을 거꾸로 가면서 피방울을 찾아서
닦으려고 했다. 바닥을 잔뜩 노려보면서 ... 그러나 바닥에는 피방울이라고는
없었다. 아마도 경철이가 해리의 손을 단단히 움켜쥐어서 지혈이 됐었나보다.
그는 여자의 손을 잘 움켜쥐니까.
뒤에서 세사람이 웃고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현정이는 밖으로 나와버렸다.
또 한번은 경철이와 정수 현정이 이렇게 셋이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현정이는
원탁에 앉아 있었고 신체 건장한 두 남자는 창가에 서서 창밖을 보면서 둘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두 남자가 오피스룸을 후다닥 나갔다.
한참 후에 해리와 함께 두 남자가 들어왔다. 그들의 손에는 묵직해보이는 박스와
비닐팩이 들려있었다. 아마도 해리 혼자서 들고오는 것을 보고 받으러 나갔던
모양이다.
경철 : 어떻게 이렇게 들고 올 생각을 했어요?
해리 : 괜찮아요. .. 아무리 여자지만 그 정도 쯤이야 ..
정수 : 그런 말씀은 남자들이 없을때 하셔야죠.
분위기상 현정이는 여기서도 한마디 거들어야 자연스러울 것 같았다. 그러나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를 않는다. 현정이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해리에게 커피를
따라주었다. 말 대신에 커피를 ...
해리 : 어머~ .. 나 원래 커피 안마시는데?
해리는 스스로 냉장고에 가서 콜라를 한잔 가져왔다. 아마도 망신살이 뻗쳐오른
모양이다. 같이 일한 것이 거의 두 달인데 해리가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는 것을
현정이가 여지껏 모를 리가 없다. 도대체 이런 일들이 왜 자꾸 생기는걸까? 현정이는
자신에 대하여 몹시 짜증스럽다.
나쁜 여자의 주변에는 모든 남자들이 다 모여든다.
그러나 나쁜 남자 주변에는 나쁜 여자 말고는 없을텐데 ...
현정이는 자신이 나쁜 여자가 된 느낌이다.
도대체 언제부터였지?
* * * * * * * * * * *
중3 학생들의 마지막 시험이 끝나고 나니까 수업 분위기가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역시 학생은 대학생이든 중학생이든 시험이라는 것이 있어야 학생답다. 더구나 놀기를
즐기다 못해 밝히기까지 하는 지혜나 정희는 아예 화장도 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또
옷차림도 야해지고, 정수나 경철이를 바라보는 눈빛도 예사롭지 않은 것 같다.
대한민국의 45만 중3 학생들이 이제 고만 놀자고 덤벼드는 계절이다. 그래서 아무리
애들을 잡아보려고 해도 쉽지 않다. 아예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애들도 있다.
이러는 애들에게 뭔가를 가르쳐야 하고 또 그러면서도 자신의 시험 준비를 하여야
하는 현정이에게는 하루하루가 괴롭기만 하다.
학생 A : 이제 고딩 되면 대학가라고 엄청 빡씨게 공부시킬꺼면서 ...
학생 B : 쫌 놀고 하면 안돼요?
노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렇지만 공부을 빡씨게 하는 애들이 노는 것도 빡씨게
잘 논다. 공부를 찌질하게 하는 애들은 노는 것도 찌질하다. 해리나 경철이는
이렇게 애들을 설득한다. 공부를 하다가 보면 언젠가 놀 때도 온다면서 달래기도
한다. 그런데 공부 때문에 대학에서 어떤 일들이 생기는지, 또 그런 일들은 대부분이
고등학교때 공부를 하지 않아서 오는 문제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 리가 없다.
선배들이 겪은 일들을 후배들이 그대로 겪는다면 이것은 교육이 존재하지 않는
동물의 사회나 다를 바가 없다. 교육이라는 것이 엄연히 존재하는 인간 사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잇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얘네들은 바로 그것을
원하고 있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아예 무시할
수도 없어서 가끔씩은 놀게도 해준다. 그러나 놀아도 놀아도 저들에게는 노는 것이
항상 부족하다.
아마도 얘들도 이성교제를 시작하거나 원하는 것 같다. 신은 인류를 하필이면 왜
남과 여로 창조했을까? 벌써 얼마 동안을 역사가 흘렀는데도 이 남녀의 문제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똑같을 것 같다. 남과 여가 변하지 않는데 그 문제 또한 변할
리가 없지 않은가? 아무리 대중매체들이 노출이나 선정적인 표현들을 한다고 해서
눈길을 끈다고 해서 겉으로는 달라졌다고는 하나 속마음은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남녀 둘이서 있을 때에만 남녀간의 사고가 일어난다. 이것이 그 증거가 아닐까?
드디어 기말시험까지 모두 끝나고 12월이 되자 이미 크리스머스와 연말 분위기이다.
마음이 들뜨면서 싱숭생숭해진다. 경철이를 생각만 하거나 아니면 마주 대할 때에도
가슴이 설레인다. 가슴이 엄청 요란하게 쿵쾅거린다. 그에게 들켜버릴 것만 같아서
불안하다. 그러면 당연히 얼굴 색도 붉게 변할텐데. 자주 욕실을 들락거리면서
찬물로 세수를 한다. 현정이는 화장을 하지 않으므로 세수를 자주 해도 괜찮다.
현정이의 마음이 들떠 있듯이 중3 애들의 마음 또한 엄청 들떠있다. 도대체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학교가 겨울 방학에 들어가면서 학생들의 수업시간을 낮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수업
시간을 길게 해서 주말에는 수업이 보충수업을 하는 정도에서 끝나도록 시간표를
모두 다시 짰다. 학기 중에 너무 빡씨게 했으므로 방학 동안에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에는 쉬어가면서 하자는 것이다.
연말에 방학을 앞두고 마지막 회의를 했는데 그 자리에서 경철이가 깜짝 놀랄 만한
발언을 했다. 새해가 되면서 그가 구상하고 있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오피스텔에서 숨어서 수업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학원생
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건물을 세를 얻어서 이사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정수는 내년 봄에 군에 입대할 계획이므로, 같이 일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또 그 대신에 정수의 자리를 메워 줄 강사가 두세명 더 필요하다. 또 이렇게
되면 학원으로 등록을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일은 아무래도 대학을 졸업한
경철이의 누나가 학원의 원장으로 등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문제들이 추석 이후에 등장했고, 그는 이런 문제들 때문에 여기 저기로 알아보러
다녔으며, 자기 엄마나 누나와 함께 해결책을 찾느라고 혼자서 동분서주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정이는 그런 내막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혼자서 그를 미워하기도, 사랑하기도,
또 일없이 질투하기도 했었다. 부끄러웠다.
그렇지만 그에게도 문제가 있다. 그런 일이 있으면 왜 미리 말을 해주지 않았을까?
하긴 경철이의 성격이 원래 그렇다. 뭐 하나에 집중하면 오로지 그것 하나만 보고 일할
뿐, 그 일 주변에 있는 다른 일들을 볼 줄은 모른다.
또 한번 현정이의 침대보가 흥건해진 후에 그가 말했다.
경철 : 우리가 학원으로 이사 나가면 오피스텔로 이사와서 살아요.
현정 : 우리 너무 가까워지는데?
경철 : 학원은 이 근처이고, 또 학원 근처에 너랑 나랑 실면서 관리를 해야해.
현정 : 그래도 어떻게 한 건물에서 살아?
경철 : 아예 같은 방에서 살을까?
현정 : 어라? .. 그럼 그것은 동거잖아?
경철 : 너는 헤어지고 만나고 하기가 귀찮지도 않니?
현정 : 귀찮다고 동거하냐?
경철 : 나는 신물난다. .. 너를 두고 가기도 또 너 없이 혼자서 너를 기다리기도.
현정 : 누가? .. 누구를?
경철 : 내가 현정이를~!!!
현정 : 언제?
경철 : 지금까지 주우욱~
현정 : 정말 그랬다고?
경철 : 너는 안그랬지만 나는 그랬어.
지금까지 현정이는 경철이가 제법 머리는 돌아가는 남자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형편없는 돌대가리이고 또 리가대돌이다.
그는 여자를 볼줄도 모르고 또 여자의 마음을 읽을 줄도 모른다.
나이탓인가? 아니면 여자에 대한 경험부족인가?
그렇지만 현정이는 아마도 그를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는 분명 말을 했는데 현정이가 받은 것은 분명 사랑이었다.
그야말로 진정한 크로마뇽인의 후예이고 손색없는 언어적 인간(Homo loquens)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