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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물 소꿉친구와 어른놀이 - 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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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와 어른놀이 - 하편

* 하편 “나가.” “유미야.” “나 이제 너 안 볼 거야.” “…….” 다음날 아침 일어났을 때, 유미는 나에게서 등을 돌린 채 누워있었다. 옷을 입을 기력도 없었는지 알몸의 등을 나에게 내보인 채로 그녀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 내가 눈을 떴음을 어느 순간 느꼈나보다. “야, 어제는 내가……” “아무 말도 하지 마!” “…….” 그녀의 노트북 속에 숨겨져 있던 비밀을 내가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또 그걸 알았다 해도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인 그녀에게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생각을 했는지…… 뭐 그런 것들에 대해 변명할 수 있는 기회를 유미는 나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저 매몰차게 어깨 너머로 절교를 선언했을 뿐이었다. “우선 진정해. 우리가 안본다고 안볼 수 있는 사이도 아니고……” “웃기지마. 다시는 네 얼굴 안 볼 거야.” “야, 김유미!” 나는 버럭 성질을 내며 그녀의 어깨를 쥐고 억지로 내 쪽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마음 한구석이 욱신거려 그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돌아본 유미의 두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너…… 너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 “나 김유미야. 이 나쁜 놈아. 네 친구 김유미…… 너, 너는 욕정이 우정보다도 더 중요해? 세상 남자들 다 못 믿어도 너만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 근데 네가…… 네가 어떻게 나한테……” 침대 시트 주변에는 온통 우리가 지난밤 겪었던 시간들을 보여주는 흔적들로 가득했다. 그녀의 몸 곳곳에도 마찬가지였다. 흩뿌려진 정액들이 메말라 허옇게 눌어붙은 자국들이 보였다. 몇 번이나 사정했는지, 유미의 몸을 몇 차례나 범했는지…… 기억조차 희미할 만큼 지난밤은 우리 둘 모두에게 있어서 광기의 시간이었다. “미안해. 그렇지만……” 유미가 내게 보여준 모습만은 잊을 수 없었다. 그 오랜 세월동안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내 친구 김유미의 새로운 모습, 숨겨져 있던 그녀의 진짜 모습…… 난 그런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사실은 너도 좋았지 않느냐고, 서로 만족했으면 된 거 아니겠냐고. 하지만 여자의 사고는 남자처럼 단순하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유미는 그야말로 삶의 한 부분을 잃기라도 한 것처럼 서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물 젖은 눈동자는 나로 하여금 없었던 후회마저 불러일으킬 만큼 슬퍼보여서, 난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제발…… 가줘. 나 지금은 네 얼굴 볼 자신이 없어.” 억지로 울음을 삼키며 다시 등을 돌리고 눕는 유미……. 결국 나는 말없이 몸을 일으켜 떨어진 옷들을 주워 입었다. 내가 문을 닫고 떠날 때까지도 유미는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 진짜 나와 절교할 생각일까……? 일이 그렇게 되어버리고 나니, 나는 새삼스럽게도 그제야 김유미라는 친구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내게 있어 마치 가족과도 같은 친구였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내 편을 들어줄 것 같은 그런 친구. 나는 그 당시에 정말로 이성을 잃었던 걸까? 어쩌면…… 김유미라면, 그저 욕 몇 마디 던지고 나를 용서해줄 거란 생각을 했었던 건 아니었을까? 유미는 정말로 나를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건지, 그 후로 연락을 뚝 끊어버렸다. 내가 뻔뻔한 건지, 아니면 그저 그렇게 믿고 싶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우리가 그렇게 쉽게 끊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생각했기에…… 내심으로는 유미의 화가 풀리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란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암만 그래도 너무하네. 곧 생일이면서…….’ 다가오는 다음 달 첫 주에는 김유미의 생일날이 있었다. 유미의 생일을 이제껏 그냥 넘겨버린 적은 없었다. 선물까지는 못해주더라도 잠시나마 얼굴을 보고 축하한다는 말 정도는 매번 꼭 해주곤 했었다. 이번 생일에는 그마저도 못하게 될까봐 문득 걱정이 되었다. 연락을 안 하고 지낸지도 어느덧 한 달째, 유미는 그동안 SNS 등에도 소식이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갈수록 점점 더 신경이 쓰이고 있었다. 이따금씩 그녀의 오피스텔이나 집으로 직접 찾아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게 못했던 것은 그저 알량한 고집 때문이었다. 어릴 적부터 유미와는 숱하게 싸워왔지만 우린 대개 자연스럽게 화해하곤 했었다. 굳이 누군가가 먼저 사과를 하지 않더라도 다음날이면 머쓱한 얼굴로 다시 보게 되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화해를 하게 되는…… 우리 사이에서는 그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이미 사과를 했고, 또 그녀가 나를 매몰차게 내쫓았으니…… 이번엔 유미가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 차례라고 나 혼자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는 사이에 시간은 훌쩍 더 지나가버렸고 마침내 유미의 생일날이 밝았다. 그럼에도 그녀에게선 연락이 없었다. ‘나쁜 계집애.’ 나는 손에 포장한 선물 꾸러미 하나를 움켜쥐고는 막무가내로 유미의 오피스텔을 찾았다. 이제는 정말로 자존심을 굽힐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유미가 무슨 소리를 하더라도 우선은 직접 부딪혀보고 화해를 시도할 생각이었다. “야, 김유미…… 나야. 안에 있어?” 안쪽에서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일부러 없는 척 하는 걸까 싶어 그 앞 복도에서 오랜 시간을 서성거렸다. 하지만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밤이 되었을 때까지도 유미의 방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외출한 걸까. “어머, 정훈이 아니니? 이 시간에 웬일이야?” “아,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결국 그녀의 본가에까지 오게 되었다. 그리 먼 거리까지는 아니었지만 아무 생각 없이 찾아올 만큼 가까운 곳도 아니었기에, 나는 유미가 꼭 안에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오랜만에 뵌 아주머니의 대답은 실망스러웠다. “유미? 걔는 요새 시내에서 자취하잖아. 정훈이 너도 알고 있지 않았어?” “아…… 호, 혹시나 집에 왔나 싶어서요. 오늘은 유미 생일이기도 하고.” “안 그래도 아까 전화는 왔었는데 친구들이랑 보낸다기에 정훈이 너도 있는 줄 알았지.” “그래요……?” 시무룩한 기분을 뒤로 하고 나는 다시 버스에 올랐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다시 시내로 돌아오던 중에, 문득 결심이 서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곧장 유미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귓가에 흘러나오는 유미의 컬러링이, 예전에 지겹게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들으니 무척 낯설게 느껴졌다. 음악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점점 더 초조해졌다. 받을 생각을 않는 전화를 꿋꿋이 혼자 부여잡고 있으니, 어느 순간 건너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어…… 저, 저기, 김유미 휴대폰 아닌가요?” 하지만 긴 기다림 끝에 들려온 목소리는 유미의 것이 아니었다. 혹시 유미가 나 때문에 번호까지 바꿔버린 건가 싶어 가슴이 철렁했다. “네. 유미 폰 맞는데요.” “어…… 그럼 그쪽은 누구세요?” “전 유미 친구 혜은인데요. 그쪽이야말로 누구세요?” 혜은이……?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문득, 왜 전화 너머의 목소리가 유미의 것이 아니었는데도 어쩐지 익숙하게 들렸는지를 깨달았다. 예전에 유미와 함께 몇 번인가 얼굴을 본 적이 있는, 유미의 고교 동창 이름이기 때문이었다. “어, 저기…… 안녕? 나 정훈이야. 이정훈. 김유미랑 동네 친구인…… 기억해?” “아아, 정훈이? 당연히 기억하지.” 유미와 나는 인맥이 비슷하게 겹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나는 남고를, 유미는 여고를 다녔기에 고등학교 시절 사귄 친구들은 서로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혜은이라는 친구만큼은 유미와 워낙 친해서 그런지 나도 가끔 만났던 적이 있는데, 다행히 그녀도 나를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마침 잘됐다. 너 잠깐 이리 올 수 있어?” “뭐……?” “유미가 너무 취해서 뻗었거든. 평소에 잘 마시지도 않던 애가 오늘은 무슨 일인지 겁나 들이붓더라고. 우리가 데려다줘야 할 것 같은데 집이 같은 방향인 애가 한 명도 없거든. 이왕이면 네가 와주면 좋을 것 같아서.” “아…… 그, 그래?” 혜은이는 나와 유미 사이에 있었던 일을 모르는 거겠지. 이런 부탁을 하는 것 보니…… 내가 유미와 얼마나 막역한 사이인지를 그녀도 알고 있기 때문에, 술 취한 유미를 집까지 데려다주는 것 정도야 당연히 부탁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 분명했다. “아, 지금 시간도 늦었는데 좀 그런가? 오기 힘들면 억지로 올 필요까진 없구. 우리가 택시 타고 같이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되니까.” “아, 아니야. 내가 갈게. 거기가 어딘데?” 아직 시내로 진입하지도 않았는데 나는 무작정 위치를 물었다. 다행히 혜은이가 불러주는 동네는 한창 버스가 달리고 있었던 지점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는 않은 곳이었다. 나는 적당한 곳에서 내린 다음 그 길로 곧장 택시를 탔다. * “앗, 여기야!” 내가 술집으로 들어서자 구석진 테이블 한 곳에서 혜은이가 손을 흔들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혜은이 말고도 몇몇 여자애들이 더 보였다. 그 중에는 드문드문 혜은이처럼 익숙한 얼굴도 보였기에 나는 그녀들이 모두 유미의 고교 동창임을 알 수 있었다. “고마워. 완전히 꽐라가 돼버려서 사실 옮기기도 힘들었는데. 네가 와줘서 그나마 다행이다.” “아…… 응.” 혜은이의 목소리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무려 한 달 만에 유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유미는 아예 필름이 끊겼는지 테이블 한 구석에서 고개를 파묻고는 조용히 잠들어있었다. 세상모르게 기절해있는 모습을 보니 한숨이 푹 나오면서도, 어쩐지 이 모임에 여자애들밖에 없어서 무척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왕 이렇게 왔는데 한 잔 하고 갈래? 너 보는 것도 오랜만인데.” “아냐. 담에 하자. 오늘은 그냥 유미만 데려갈게.” “그래, 아쉽네.” 내가 그녀들 보는 앞에서 유미를 끙끙대며 등에 업자, 그 중 누군가가 장난기 섞인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유미 필름 끊겼다고 이상한 짓 하면 안 돼. 알지?” “…….” 여기에 있는 유미의 친구들은 모두, 나 ‘이정훈’이라는 사람이 김유미에게 어떤 친구인지를 잘 알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래서 이 늦은 밤중에도 구태여 나를 불러서 유미를 맡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 농담 삼아 던지는 친구의 질문에도 쉽사리 대답할 수가 없었을 만큼, 나는 이미 떳떳하지 못한 몸이었다. “야, 걱정 마. 아마 얘네들은 서로 발가벗고 등도 밀어줄 수 있을걸? 그치, 정훈아?” “푸하핫. 그게 뭐야.” 이어지는 혜은이의 농담은 더 가관이었다. 깔깔거리며 웃어대는 여자애들을 보고 있자니 왠지 더 마음속이 켕기는 듯해서 나는 얼른 그 자리를 떠났다. “가, 갈게.” 유미를 업고 밖으로 나온 나는, 택시를 탈까 고민하다가 멈칫했다.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서 나는 꽤 많은 생각을 한 것 같다. 한참을 고민한 후에 택시를 타는 대신 모텔로 걸음을 옮겼다. 유미네 오피스텔의 현관 번호를 모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오로지 그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단지 합리화를 위한 변명일 뿐이었는지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야, 김유미.” 결국 싸구려 모텔 침대 위에 그녀를 눕히고는 몇 차례 몸을 흔들어보았다. 뭘 얼마나 마셔댄 건지는 모르겠지만 쉽사리 일어날 생각을 않기에 뺨도 아주 가볍게 툭툭 건드려보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자니 마치 잠자는 숲속의 공주라도 되는 마냥 유미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잠깐 일어나봐. 나 너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단 말이야.” “이……정훈?” 멍하니 풀린 유미의 눈이 나를 올려다보더니, 취기가 잔뜩 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가 미처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는 비실비실 몸을 일으켜 앉더니, 나에게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이 새끼야!” “뭐, 뭐?” 모텔 건물이 통째로 흔들릴 만큼 우렁차게 욕질을 한 유미가 잠시 씩씩대더니, 나에게 와락 안겨들었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서 아무 반응을 할 수가 없었다. “뭐하다가 이제야 기어온 거야! 이 쓰레기 새끼……!” “야, 김유미…… 정신차려봐. 많이 취했어?” “닥쳐, 이 짐승만도 못한 새끼야…… 일단 왔으니까 술부터 받아. 야야, 다들 잔 들어. 정훈이 왔으니까 한잔 더 해야 돼…….” “얼씨구…….” 꼴을 보니 아직 꽐라 상태에서 헤매고 있는 것 같았다. “야, 됐으니까 일단 자라. 내일 술 좀 깨고 얘기하자.” “뭐래…… 일단 너 여기 좀 앉아봐. 내가 너한테 물어볼 게 있으니까. 앙?” “지금도 앉아 있잖아.” 난 유미를 어떻게든 재우려고 그녀를 눕히려 했지만, 그녀는 세 살배기 아이처럼 생떼를 쓰며 팔을 버둥거렸다. 그렇게 한참을 날뛰던 애가 어느 순간 움찔거리며 입을 틀어막기에 나는 직감적으로 오바이트 신호임을 느끼고는 유미를 번쩍 들어 화장실로 옮겼다. “우웨엑!” 방 안에서 쏟아내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 내가 유미를 변기 앞까지 데려오자마자 그녀는 신나게 한바탕 먹은 것을 게워냈다. 내용물을 보니 이것저것 참 많이도 집어먹은 것 같았다. “으음…… 음……” 거사를 치르고 나서 유미는 다시 곯아떨어졌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나는 유미의 입가를 대충 씻겨주고는 침대로 옮겼다. 될 대로 되란 심정으로 불을 끄고 옆에 가만히 누워있으려니, 유미가 잠꼬대인지 아니면 진짜로 내게 하는 말인지 나사 빠진 목소리로 어둠 속에서 중얼거렸다. “야…… 너 임마…… 내가 진짜 여자로 보여?” “뭔 소리야.” “이씨……” 유미는 칭얼거리며 팔다리를 마구 휘둘러 내 등을 퍽퍽 때렸다. “말해봐……. 너한테 김유미는 뭐야? 친구야, 여자야?” “친구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하지. 뭘 그런 걸 물어?” “지랄! 하나만 고르란 말이야.” 잠시 침묵하던 나는 몸을 일으켜 다시 불을 켰다. 형광등 아래에서 보니 잠든 줄 알았던 유미가 어느새 두 눈을 끔뻑거리고 있었다. 그 얼굴은 화난 것 같기도 했고, 반가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너는 나한테 제일 소중한 친구야. 뭐가 어찌됐든 그건 변함없어.” “근데…… 나한테 왜 그랬어.” “네가 여자니까.” “…….” “너는 내 소중한 친구지만, 그렇다고 네가 남자는 아니잖아. 우린 친구지만 동시에 남녀사이이기도 해. 남녀사이에 물론 친구가 될 순 있겠지만 완전히 이성으로 보지 않을 수는 없어. 난 이번에 그걸 느꼈어.” “그래서 이제 어쩔 건데?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다시 친구로 지내자고?” “그러면 안 돼?” “말 같잖은 소리 하지 마.” 난 퉁명스런 목소리를 내뱉는 유미의 몸 위를 억지로 덮고 올라갔다. 유미는 움찔했지만 저항하지 않고 그저 책망하는 눈으로 날 올려다보았다. 난 그런 그녀의 눈을 똑바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친구끼리 섹스하지 말란 법 있어?” “그건 당연히 그러면 안 되는 거야!” “그럼 그냥 여기서 너 따먹을게. 어차피 넌 이제 나 친구로 생각 안 할 테니까. 나도 마음 편하게 너 여자로만 생각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야…… 자, 잠깐……” 난 유미의 블라우스를 뜯어버릴 듯이 풀어헤치고는 브래지어를 위로 까뒤집었다. 그러자 그 특유의 색스러운 젖꼭지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발딱 들었다. 진한 갈색을 띄고 있는 젖꼭지는 당장이라도 입에 물어달라며 내게 힘껏 소리치고 있었다. “친구라서 참아야 돼?” “야…… 정훈아……” “이렇게 맛있는 걸 친구라서 두고 보기만 해야 되냐고. 그게 말이 돼?” “하, 하지 마…… 흑!” 오돌토돌한 유두를 내가 힘껏 입술 사이에 물고 당기자 유미는 두 손을 꾹 움켜쥐며 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그것을 시작으로 한참 동안 유미의 유방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탐했다. 손과 입을 동시에 써가며 한쪽 유방은 힘껏 주무르고 반대쪽은 젖꼭지부터 시작해서 가슴 전체를 핥고 빨았다. “학…… 흐윽…… 하아아……”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지 아득하게 느껴질 무렵이 되자 유미도 흐느끼는 한편으로 기괴하게 비틀린 신음성을 내뱉고 있었다. 이빨 사이에 물린 유두는 이미 잔뜩 힘이 들어가 단단하게 세워진 모습이었다. 부드러운 젖가슴 끝에서 딱딱하게 굳어있는 꼭지를 보니 너무도 탐스럽고 섹시해보였다. “이거 보여? 네 젖통 말이야. 진짜 섹시하고 예뻐. 나도 남잔데 이런 거 보고 거기가 서겠어, 안 서겠어? 오히려 안 서는 놈이 고자 아니야? 너도 그렇게 생각 안 해?” “흐윽……” “네가 여자니까 당연히 나도 너한테 성욕 느낄 수 있는 거야. 그건 우리 우정이랑은 상관없는 거라고. 알겠어?” “나, 나는…… 나는 너하고 계속 친구로 지내고 싶단 말이야!” “친구로 지내면 되잖아. 그러면서 그동안 연락은 왜 안했어?” “연락하면…… 또 그렇게 될지도 모르잖아.” “뭐? 이렇게?” “아흐흑!” 팬티 안쪽으로 쑥 손가락을 밀어 넣어 조갯살 주변을 더듬자, 유미가 허리를 꿈틀거리며 뜨거운 숨을 토했다. 나는 찐득하고 뜨끈한 애액이 묻은 손가락 끝을 유미의 눈앞에 보란 듯이 펼쳐보였다. “자, 이것 봐. 너도 여자라서 젖는 거잖아. 내가 친구이건 뭐건 그 이전에 남자니까 너도 나한테 반응하는 거지. 안 그래?” “아, 아니야……” “아니긴! 그럼 이건 뭔데!” “하으으으……!” 유미의 구멍 속에서는 예전에 그랬듯이, 나조차도 깜짝 놀랄 만큼 많은 양의 물이 찔끔찔끔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 또한 유미의 과거로부터 비롯된 학습의 결과물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을 깊이 파고들고 싶진 않았다. 그저 이 계집애가 지금 나에게 반응해서 암캐처럼 구멍을 적시고 있다는 것만이 중요했다. “입에 물어.” “…….” “물어, 미미!” 나는 바지를 내리고는 물건을 꺼내어, 유미의 얼굴 앞에 그대로 들이밀었다. 덜렁거리는 물건을 바라보는 유미의 눈동자가 떨렸다. “우정을 먼저 배신한 건 너야. 네가 ‘미미’라는 걸 그동안 나에게 숨겼잖아. 그러니까 내가 한 짓은 그걸로 쌤쌤이라 치고, 이제 원점으로 돌아가서 생각하는 거야. 알겠어?” 말도 안 되는 억지논리였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폭군처럼 이어서 소리쳤다. “당장 빨아!” 명령이란 곧,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 열쇠인 것 같았다. 움찔하며 눈을 토끼처럼 크게 뜨는가 싶더니, 유미는 곧 조심스럽게 내 물건을 쥐고는 입에 머금었다. “그래. 진작 그럴 것이지.” 반쯤 풀린 눈으로 멍하니 물건을 받아 무는 유미를, 마치 칭찬이라도 하듯 머리부터 쓰다듬어주었다. 그녀의 두 뺨을 감싸 쥐고는 자위기구라도 되는 것처럼 마구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렇게 거칠게 다룰수록 유미의 얼굴은 점점 더 넋이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아…… 잘 빠네, 우리 미미.” “흐윽…….” 옛 이름을 들을 때마다 유미가 움츠러드는 그 반응이 즐거웠다. 그 이름의 위력에 힘입어 나는 죄를 지은 어린아이에게 벌을 내리듯 그녀를 휘두를 수 있었다. “이제야 공평해진 거야. 우린 서로에게 비밀 같은 거 만들지 않는 사이였잖아.” “저, 정훈아…… 나는……” “주인님이라고 불러!” “……!” 내가 윽박지르며 머리채를 쥐고 흔들자 유미는 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그렇게 친구의 머리통을 내 사타구니 아래에 깔아놓고는, 그야말로 성노예를 다루듯이 구석구석 유미의 혀가 내 깊숙한 곳까지 닿게 만들었다. 엉덩이 사이의 역겨운 곳을 내가 유미의 입에 강제로 들이밀자 유미는 그 체취 때문인지 숨넘어가는 소리를 뱉었다. “어서 핥아.” “훌쩍……” 항문 주변에 닿는 유미의 혀끝조차 부르르 떨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굴욕을 강요하는 나에게 지금 그녀는 무슨 마음을 품고 있을까. “기억나? 우리 어릴 때……. 네가 남자 고추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고 해서 내가 보여준 적 있었지. 그 때 너는 무슨 장난감이라도 만지는 것처럼 내 걸 쪼물딱거렸어. 그러면서 너는 내가 여자의 거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고 하니까, 안 보여주고 얄밉게 도망가 버렸지. 자기만 쏙 재미보고 말이야.” “…….” “지금이나 그 때나 다를 거 하나 없어. 너는 그 때처럼 장난치듯이 하면 되는 거야. 대신 이번엔 공평하게 나도 너를 갖고 놀겠지만.” 그러면서 나는 유미의 얼굴을 깔고 앉았던 엉덩이를 떼고 일어섰다. 조금 전까지 내 항문을 혀로 애무하고 있던 유미의 얼굴은 온통 그녀 자신의 침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내가 엉덩이를 마구 문질러댄 흔적이었다. 그 지저분해진 얼굴이 붉게 물들어있는 이유가 단지 수치심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이 또 있는 것인지 나는 알고 싶었다. “다리 벌려.” “그, 그건……” “당장 벌리지 못해! 이 씨발 미미년아!” 그러자 유미는 두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며 천천히 다리를 좌우로 벌렸다. 나는 유미의 두 발목을 잡고는 우악스럽게 그녀의 다리를 V자로 찢었다. 가랑이가 활짝 벌어지며 가지런히 나 있는 털들과 탐스러운 두 구멍이 고스란히 다 보였다. “주인님이라고 해봐.” “…….” “어서.” 유미는 여전히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은 채 흐느낌을 삼키고 있었다. 손바닥 사이로 빼꼼 열린 입이 더듬거리며 간신히 한 단어를 소리내어 뱉었다. “주, 주인……, 님……” “똑바로!” “주인님……! 흑!” 친구의 입에서 기어코 그 말이 나오자마자, 나는 이성을 잃고 유미의 구멍 안에다 곧장 물건을 찔러 넣었다. 번들번들하게 젖은 조갯살은 귀두를 쑤시자마자 어렵지 않게 좌우로 갈라졌고, 순식간에 자궁 입구까지 닿을 듯이 내 물건은 그녀의 몸 안 깊숙이 틀어박혔다. “하아아아흑!” “어때, 응?” “하흑! 으흑! 아아앙! 하아앙! 하으으윽! 흐아아악……!” 첫 삽입을 하자마자 나는 과격하게 움직여 피스톤질의 속도를 최고봉으로 올려갔다. 하지만 그 성급한 움직임도 무색하게 만들 만큼 유미의 안쪽에서는 그 이상으로 샘물이 빠르게 콸콸 쏟아져 나왔다. 처음에는 조금 뻑뻑하게 느껴졌던 질구의 감촉이 얼마 지나지 않아 미끌미끌하게 젖으면서 질컥거리는 음탕한 물소리가 모텔 방 안에 가득 퍼지게 되었다. “하아악! 아아아악! 하아아아…… 아으으으응!” “다시 말해봐, 김유미! 날 주인님이라고 불러보란 말이야.” “주, 주인님! 아아앙! 흐. 흐으으악……” “그래, 이제는 내가 네 주인이야. 그러니까 내 맘대로 할 수 있어. 우린 이제 친구사이 하지 말고, 이렇게 꼴릴 때마다 씹질이나 하면서 지내면 돼. 알겠어?” “…….” 유미는 베개에 머리를 파묻고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손바닥에 가린 그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다음 순간…… 유미는 필사적으로 바락 소리쳤다. “시, 싫어요!” “뭐야?” “치, 친구사이 아니게 되는 거…… 싫어…… 흐, 흐흑…… 정훈이…… 얼마나 소중한 친구인데…… 흐헝……” “…….” 말문이 막혔다. 화가 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론 뭉클하기도 했다. 유미는 반항의 대가로 어떤 식으로든 체벌을 받게 될 거라 생각했는지 오들오들 떨고 있었지만 나는 그런 유미의 얼굴을 두 팔로 끌어안았다. “그래, 잘했어.” “흐흑……” “그것 봐.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잖아? 그런데 왜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처음부터 반항하지 않았지? 그 똑 부러지는 김유미가 왜 애초에 확실히 대답하지 못했던 거냐고.” “…….” 나는 유미의 대답을 기다리는 대신에 고환 아래쪽으로 한 손을 밀어 넣어 그녀의 항문 입구를 문질렀다. 그녀가 두 구멍을 동시에 자극 받는 것에 약하다는 사실을 지난 경험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었다. 엄지손가락이 야무지게 오므라든 항문 입구를 부드럽게 훑어 올리자, 유미의 속살 곳곳에 소름이 돋아나며 몸이 찌르르 진동했다. “아악! 하아악! 아아앙! 흐하아아앙! 아, 아아아……” “자, 솔직하게 말해. 난 내숭떠는 김유미는 정말 싫어.” “조, 좋아…… 흐흑……” “뭐라고? 똑바로 크게 말해.” “좋아! 기분 좋아! 흐흑! 기분 좋아서 미치겠어!” 목덜미와 귀는 물론이고, 온몸이 빨갛게 물든 김유미가 거의 발작하듯이 충동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나는 그제야 흡족한 듯이 유미의 한쪽 유두를 게걸스럽게 빨아 당기며 그녀의 몸을 더더욱 깊이 탐닉하기 시작했다. 유방을 모두 쥐어짜겠다는 듯 힘껏 움켜쥐고 빨아대자, 유미의 경련하는 두 팔이 내 얼굴을 억세게 끌어안는 것이 느껴졌다. 젖통에 파묻히는 그 느낌이 너무도 좋았다. 유미가 나를 끌어안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도 즐거웠다. “그래, 나도 너랑 섹스 하는 게 좋아서 미치겠어.” 절정에 오르기 직전, 나는 유미의 눈물 젖은 얼굴에 그대로 키스했다. 키스만큼은 망설여졌던지 잠깐 멈칫했던 그녀였지만…… 내가 억지로 그녀의 입 속에다 혀를 쑤셔 넣자, 얼마 지나지 않아 고분고분 내 혀를 받아들였다. 실로 오랜 시간을 함께 해왔던 소중한 친구와 진한 키스를 나누며…… 나는 그대로 그녀의 몸 안에 울컥 정액의 덩어리를 토했다. * “소꿉놀이 기억나?” “…….” 섹스가 끝나고 나는 유미의 알몸을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다행히 그녀는 지난번처럼 등을 돌리고 눕지는 않았다. 나는 침묵하는 유미의 귓가에 대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릴 때 자주 했잖아. 부부놀이, 의사놀이, 공주놀이 뭐 그런 거. 너는 항상 나한테 실감나게 똑바로 하라면서 화를 냈었지……. 지금 생각하면 넌 배우를 했어도 잘 했을 거야. 상황극도 잘하고 연기도 좋아했으니까.” “그게 언제 적 일인데…….” 유미가 품 안에서 잘 들리지도 않을 만큼 희미한 목소리로 웅얼웅얼 대답했다. “하루는 네가 나더러 너무 대충한다며 뭐라고 화를 내다가, 결국 우리가 싸웠었지. 넌 그 때 삐쳐서 집으로 들어가 버렸고. 혹시 기억해?” “그래. 공주놀이를 하는데 네가 백마 탄 왕자 역할이었지. 근데 넌 말 타는 시늉도 제대로 해주지 않아서 엄청 속상했어.” “맞아.” “심지어 넌 내가 그렇게 화났는데도 결국 그 날 사과하러 오지도 않았잖아.” 유미가 말문을 열기 시작한 것이 어쩐지 좋은 징조처럼 느껴졌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옛 추억에 젖었기 때문인지, 나는 천진난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바보야. 난 그때 엄마한테 혼나고 있었어.” “왜?” “네가 화난 거 풀어주고 싶은 맘에, 뽀삐를 데려가겠다며 엄마한테 생떼 쓰다가 혼났거든.” “뭐? 뽀삐는 왜?” “말 대신 강아지라도 타면 네가 만족할까 싶어서. 아마 뽀삐가 날 태우진 못했겠지만…….” “풋…… 뭐야 그게.” 결국 유미도 실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줄곧 시선을 아래로 깔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 않던 유미가 그제야 고개를 들어서 조심스럽게 내 눈을 마주보았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우리는 바보같이 서로 웃고 말았다. “우리 이제 어떡할 거야?” “앞으로도 종종 하자. 소꿉놀이.” “뭐?” “어른의 소꿉놀이를 하면 되잖아. 나는 주인님이고, 너는 내 사랑스런 노예. 히히.” “이게 진짜 미쳤나.” 내 벌거벗은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철썩 후려치는 유미. “안 될게 뭐 있어?” “야, 얼렁뚱땅 그런 식으로 넘기려고 하지 마. 이건 심각한 문제야.” “얼렁뚱땅 넘기는 거 아니야. 난 너랑 섹스 하는 거 좋아.” “…….” 그러면서 능글맞게도 나는 유미의 통통한 엉덩이를 부드럽게 주물렀다. 유미는 자존심이 상하는 듯 눈을 흘겼지만 딱히 저항하지는 않았다. “평생 만나본 여자 중에 이렇게 잘 맞게 느껴지는 여자는 또 없었어. 너랑 하면서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고. 너는 나랑 하는 거 싫었어?” “비, 비겁하게 그런 식으로 연결 짓지 마! 이건 그거랑은 다른 문제야.” “좋은 것만 신경 쓰면 되는 거 아닐까? 우린 항상 서로에게 솔직했잖아.”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지내면 그게 그냥 섹스파트너랑 뭐가 달라?” “친구잖아.” “…….” “섹스파트너 말고, 섹스프렌드 같은 거 하면 되지. 안 그래?” 그러자 유미는 남은 베개 하나를 집어 들더니, 내 얼굴을 팡 하고 때렸다. 역정을 내는 모습이 꽤 귀여웠다. “미친! 어디서 영화 같은걸 잘못 봐가지고…… 그게 말이 돼?” “우리가 말이 되게 해보자. 응?” 나는 유미의 알몸 위로 다시 슬금슬금 기어 올라갔다. 유미는 인상을 찡그리며 나에게 떨어지라는 듯, 고사리 같은 주먹을 마구 날려댔다. “말로 안 되면 꼭 몸으로 밀어붙이지!” “자자, 지금부터 다시 소꿉놀이 시작이야. 나는 이제부터 주인님, 너는 내 사랑스런 노예.” “우, 웃기지……” “당장 일어서, 미미!” “…….” 한순간에 돌변하여 으르렁대는 내 얼굴을, 유미는 기겁한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이게 장난인지 진담인지 살피고 있는 것 같긴 했지만, 이미 그 갈등 이전에 그녀의 얼굴에서는 숨길 수 없는 흥분이 묻어나고 있었다. “여기 내 발밑에 강아지처럼 네발로 엎드려.” “…….” 나는 침대 아래로 내려와 바닥을 가리키며 유미에게 명령했다. 과연 유미가 내 말을 들을까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유미가 머뭇거리며 몸을 일으키자 그 즐거움은 순식간에 몇 배가 되었다. “흐흐. 결국 할 거면서.” 쭈뼛쭈뼛 바닥에 엎드린 유미를 두고 나는 바닥에 벗어놓은 옷가지들을 주워들었다. 그리고는 그 옷들을 모두 길게 일렬로 이어지도록 묶었다. 유미는 바닥에 고개를 숙인 채로 나를 올려다보지 않았다. 차마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는지, 아니면 무슨 짓을 할까 내심 기대하는 마음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자, 착하지. 얌전하게 목걸이 하자.” 나는 그 이어 묶은 옷가지들을 마치 개목걸이처럼 유미의 목에 두르고는 끝부분을 손잡이처럼 당겼다. 매듭을 지어놓으니 내가 끄트머리를 잡아당길 때마다 유미의 머리채가 뒤로 젖혀졌다. 나는 흡족한 표정으로 이번에는 유미의 팬티를 집었다. 그리고는 그 속옷을 유미의 정수리에서부터 얼굴까지 거꾸로 뒤집어씌웠다. “흑……!” 겨우 손바닥만 한 팬티였지만 유미의 머리통이 워낙 자그마해서 그런지 그럭저럭 눈과 코까지 가려졌다. 자신의 은밀한 구멍이 그대로 닿았을 부위가 얼굴에 씌워지자, 유미는 그 기괴한 느낌에 숨을 한가득 들이켰다. “자, 이제 가볼까?” “그, 그게 무슨……” “산책 나갈 시간이야, 미미.” 마치 암말에게 신호를 내리듯, 나는 유미의 구릿빛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찰싹 때렸다. * “하아…… 하아……” “자자, 힘을 내. 우리 강아지.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알몸의 유미가 천쪼가리로 만든 개목걸이를 차고 힘겹게 모텔 복도와 계단을 네 발로 기어올랐다. 천장을 향해 엉덩이를 활짝 벌린 채, 두 구멍을 고스란히 나에게 보이며 유미는 열심히 바닥을 기었다. “빨리 안 가면 사람들이 볼 지도 몰라.” “흐윽……” 유미는 물론이고, 나 또한 옷을 모두 벗은 채였다. 그녀만 홀랑 벗겨놓고 느긋하게 감상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예전에 유미가 자기 입으로 직접 말하지 않았던가? 노출을 할 거면 공평하게 남녀 모두 똑같이 해야 한다고. “이제 곧 옥상이야. 힘을 내.” 팡팡 하는 소리와 함께 엉덩이를 두들겨주자 유미가 허리를 배배 꼬며 부르르 떨었다. 뒤에서 눈으로 보기에도 확연히 알 수 있을 만큼 유미의 그곳이 질척질척 젖어가고 있었다. 구멍에서 애액을 흘리며 네 발로 기어가는 친구의 모습에 나 또한 어마어마하게 자극받아, 이미 우뚝 서있는 물건의 끄트머리에서는 쿠퍼액이 찔끔대며 솟아오르고 있었다. “후후, 잘했어.” 기어이 그녀가 엉금엉금 강아지처럼 계단을 올라 옥상 문 앞까지 도달하자 나는 칭찬하듯 그녀의 축축한 구멍에 손가락을 쑥 꽂아주었다. 그러자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유미가 고개를 뒤로 젖히더니,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기분이 어때?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몇 사람인가 봤을지도 모르는데. 게다가 복도 카메라에 찍혔을지도 몰라. 걱정되지 않아?” “…….” 물론 팬티로 얼굴을 가려놓긴 했지만, 그 얇은 쪼가리 한 장은 그녀를 지켜주는 보호막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도 초라하고 애처로워보였다. 나 또한 대충 얼굴을 가린 상태이긴 했지만 아무리 그렇다 한들, 알몸을 까고 모텔 복도를 가로질러 옥상까지 올라오는 것은 웬만한 수준의 담력으로는 시도하기 힘든 행위였다. “흐흐, 하긴 우리 미미는 수많은 남자들에게 몸뚱이가 공개되는 걸 즐기는 아이였지? 너 그 많은 댓글을 일일이 저장해둔 이유가 뭐야? 가끔 생각날 때마다 그 음담패설들을 보면서 자위라도 했어? 그게 그렇게 흥분되든?” “하흑…… 그, 그래요……” 손가락으로 쉴 새 없이 음부와 항문을 동시에 들락거리며 유미의 귓가에 대고 물으니, 유미는 뜨거운 숨과 함께 간신히 대답을 토해냈다. 솔직하게 대답한 것에 대한 상을 내리듯이, 나는 유미의 엉덩이 골짜기에 얼굴을 처박고는 힘껏 혀끝으로 두 구멍을 핥아 올렸다. “아아아앙……!” 여전히 목걸이가 채워진 그 머리통이 잔뜩 뒤로 꺾였다. 나는 조심스레 옥상 문을 열어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열려있었다. 나는 옥상바닥을 밟고 난 후에야 비로소 유미의 몸을 일으켜주었다. “아래를 봐, 미미. 예쁘지?” “하아…… 하아아……”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옥상 난간에 서서 나는 유미의 가랑이 사이를 마구 헤집고 유린했다. 유미는 여기까지 알몸으로 올라오면서 이미 어마어마한 애액을 쏟은 상태였기에, 허벅지가 온통 흘러내린 찐득한 액체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자, 이제 엉덩이를 이쪽으로 내밀어. 손은 난간을 짚고. 그래, 그렇지.” 유미가 활짝 벌어진 구멍을 내게로 수줍게 내밀자, 나는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를 양손으로 꽉 쥐고는 천천히 그 사이로 전진했다. 구멍에 물건이 담가지는 감촉이 느껴지자 오싹한 쾌감에 나는 전율하고 말았다. 야외 섹스라……! 상상으로만 해왔던 것을 실제로 이렇게 해보니 여간 짜릿한 것이 아니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유미가 내게 해줬던 말들이 떠올랐다. “미미야, 기억 나? 네가 나한테 했던 말들……. 누군가의 영향을 받으면 새로운 취향에 눈을 뜨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었지? 그 말 그대로야. 나는 네 덕분에 새로운 눈을 떴어. 설마 네가 나를 변화시킬 거라곤 생각해본 적 없었지만 말이야…….” “주, 주인님…….” “그래…… 너도 얼른 짖어봐. 솔직하게 다 보여줘.” “너, 너무 아찔해요…… 이러고 있는 거, 혹시라도 누가 본다는 생각만 하면…… 하아아…… 미, 미칠 것만 같아……” 그녀는 이러한 감각을 ‘케미가 이루어진다’고 표현했었다. 설마 그런 이야기를 내게 하면서, 다름 아닌 나와 그런 감각을 느끼게 될 거라곤 상상이나 했을까……. 나는 그대로 유미의 엉덩이를 뭉개버릴 듯 힘껏 몰아치며 쾌감에 깊이 빠져들었다. 전신에 흐르는 쾌감이 유미에게도 똑같이 흐르고 있음이 느껴져 왔다. “헉…… 허억…… 김유미…… 네 구멍 너무 쫄깃하고 맛있어…… 헉……” “저, 저두요…… 주인님…… 흐흑…… 주인님 자지가 좋아요. 하악…… 아으으……!” 음란한 구멍에서는 윤활유가 계속 뿜어졌다. 후들거리며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는 그녀의 두 다리에, 미끈한 액체가 끊임없이 타고 흘렀다. 그대로 난간을 부여잡고 우리는 절정까지 치달아 올랐다. 피스톤의 템포가 최고조에 올랐을 땐 그녀도 이미 온 동네가 다 들을 수 있을 만큼 격정적인 신음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하아아악! 아아아앙! 아아아…… 하아아…… 아아아아앙!” 또 한 차례의 절정에 도달하는 순간, 우리는 마치 밤거리의 네온사인에 섞여들 것 같은 몽환적인 기분을 느꼈다. * “나…… 부탁이 있어.” “뭔데?” 불어오는 찬바람에 유미가 그제야 추위를 느끼는지 몸을 움츠렸다. 나는 그녀의 알몸을 꼭 안아주며 물었다. 그러자 유미는 어딘지 수줍어 보이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며 조심스레 말했다. 그녀의 그런 표정은 단연코 처음 보는 것이었다. “새 이름을 지어줘…… 미미라는 이름은 이제 싫어.” “…….” 어쩐지 그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나는 오랜 친구의 입술을 또 한 번 덮쳤다. * 겨울이 지나갈 무렵,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계절은 계속해서 바뀌었고, 다시 겨울이 찾아왔을 때쯤에 우리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진지하게 생각을 했지만 결국 나와 유미는 같은 결정을 내렸다. “축하해!” 따스한 봄의 햇살이 쏟아지던 날이었다. 예식장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주었다. 식이 모두 끝나고 유미가 친구들과 덕담을 나누고 있는데, 그 중에서 문득 혜은이의 얼굴이 눈에 띄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혜은이는 문득 히죽하고 웃음을 지었다. 무슨 의미였을까? “나 예전부터 꼭 정훈이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게 있어.” “뭔데?” “정혜은! 너 또 무슨 쓸데없는 소리 하려고?” 유미가 옆에서 발끈하며 혜은이의 입을 틀어막으려 했다. 그 당황하는 반응에 나는 호기심이 생겼다. “결혼해서도 조심해. 김유미가 얼마나 여우같은 앤지 넌 아직도 제대로 모를걸? 킥킥킥……” “무슨 말이야?” “그 날 우리가 유미 때문에 연기하느라 얼마나……” “야! 정혜은! 너 진짜 죽는다!” 결국 유미가 버럭 성질을 내며 혜은이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혜은이는 끝까지 깔깔거렸지만 유미의 눈치가 보였기 때문인지 거기서 입을 다물어버렸다. 미처 듣지 못한 이야기가 궁금했지만…… 나는 왠지 들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피식 웃음을 지었다. * “아까 젖었었어?” “언제?” “드레스 입고 키스할 때.” 그러자 유미는 얄밉다는 듯이 눈을 흘겼다. “기어코 식 올리는 날까지 그런 걸 시켜야했어?” “그래서 싫었어?” 나는 침대에 누운 유미의 옷을 모두 벗기고는, 두 다리를 활짝 열어젖혔다. 얌전하게 오므라든 구멍에는 내가 아침에 꽂아주었던 딜도가 아직까지 꿈틀거리고 있었다. “기분이 어땠어? 구멍에 그거 꽂은 채로 웨딩드레스 입으니까.” “흥…… 몰라.” “어쭈.” “흐으으윽!” 단단히 박혀있는 딜도를 손으로 움켜쥐고 안쪽에서 휘저어주니 유미가 눈을 질끈 감으며 몸을 찌르르 떨었다. 감았던 눈을 곧 다시 뜨면서 그녀는 멍하니 풀어진 미소를 지었다. “최고였어…….” “그래, 착하다.” 수많은 하객들이 보는 앞에서 오랜 시간 억눌러왔던 그 흥분이 일제히 터져 나오는 듯, 딜도를 뽑자마자 구멍에서는 폭포처럼 애액이 울컥울컥 쏟아졌다. “엄마가 자꾸 놀려.” “왜?” “어릴 때 장난으로 결혼시킨다고 했던 게 진짜가 됐다면서. 엄마들도 이렇게 될 줄 몰랐대.” “흐흐, 당연히 모르셨겠지. 아마 이런 것도 모르셨을 거야.” 브래지어를 벗겨내니 두 젖꼭지에 매달려있는 바이브레이터가 보였다. 순백의 드레스 안으로 이런 음란함을 용케 감추어낸 유미의 노고를 칭찬하면서, 나는 그녀의 온몸을 어루만지고 쓰다듬었다. 내 손길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유미의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웠다. “나 오늘…… 하루 종일 엄청 힘들었어. 알지?” “응.” “그러니까 그만큼 나 행복하게 해줘야 해.” 시트가 벌써부터 축축이 젖어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오늘 밤이 무척 길어지리란 사실을 예감할 수 있었다. 나는 자신만만하게 씩 웃으면서 유미에게 키스했다. “알았어. 평생 잊지 못할 첫날밤을 만들자, 유미야.” “히히…….” 아름다운 나의 신부는 몸을 배배 꼬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러고선 이렇게 말했다. “난…… 주인님이 내 이름을 그대로 불러줄 때가 제일 좋아.” - 끝 -